검찰이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전국 1만5000여개 오락실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이용객들은 혹시 도박 혐의로 적발될까 두려워 오락실에 발을 끊은 데다 검찰이 오락기를 압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업주들은 ‘임시 폐업’ 간판을 내걸고 게임기를 빼돌리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성인오락실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역 주변. 검찰이 지난 21일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불법 사행성 게임기 6만여대를 압수, 폐기 조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당수의 게임장은 아예 간판을 내리거나 ‘업종변경’ ‘임시폐업’이라고 써붙여 놓고 문을 닫았다. 겉으로는 문을 닫아 놓고 뒷문으로 단골손님만 출입시키기는 가게들도 있었다. 영업을 중단한 업소 주인들은 게임장 주변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향후 생계 걱정을 하거나 뉴스채널을 켜두고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정상영업 중인 업소도 손님이 줄어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잔뜩 울상이었다. 게임장을 개업한 지 1주일도 안돼 ‘바다이야기 폭탄’을 맞았다는 한 게임장 업주는 “업소에서 기계를 조작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장이 나도 본사에서 직원이 나와야만 기계를 건드릴 수 있다”며 “제조사가 영등위 심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르고 샀는데 왜 우리를 때려잡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같이 있던 또 다른 게임장 업주는 “정부가 등록만 하면 누구나 게임장을 열 수 있게 해놔서 전국에 오락실이 깔렸는데 우리한테만 책임지라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성인오락실하면 떼돈 번다는 소리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빚까지 내서 가게를 마련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새 경찰의 불시 단속이 부쩍 늘자 ‘게임기 압수’가 임박했음을 예감하고는 밤시간을 이용해 용달차로 게임기를 빼돌리는 업소들도 생겨났다. 며칠 전부터 ‘세 놓는다’고 써 붙이고 셔터를 내린 한 가게의 경우 진작에 모처로 게임기 50대를 전부 실어날랐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인근 업소들은 “계속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기계 가져가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자신들도 곧 폐업하고 기계를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기를 무조건 압수, 처분할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 경제 손실액과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도 한창이다. 검찰은 2005년 1월 이후 전국에 유통된 사행성 게임기는 바다이야기 4만5000여대, 황금성 1만5000대, 인어이야기 500여대 등 6만대가량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들은 전국적으로 1만5000여개 업소에서 평균 50대씩 게임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줄잡아 70만대가 넘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검찰이 이들 사행성 게임기를 전량 압수, 폐기할 경우 게임기 1대당 가격이 600만~770만원 선이므로 대략 계산해도 4조5000억원이 넘어서는 천문학적 액수를 땅에 묻겠다는 것”이라며 “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성인오락실이나 게임제조사에만 떠넘길 경우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문화관광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등급분류를 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불법 게임물을 수거해 폐기할 수 있다’는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근거, 문화관광부와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불법 게임기 수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