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내부 분란으로 조직의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임기가 1년7개월 남은 조영황 인권위 위원장이 25일 돌연 사표를 제출, 이에 따른 원인 분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를 집약하면 사회 통념과 동떨어진 권고안이 자주 나와 빈축을 사던 인권위 내부 결정과정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 북한 인권문제 공식 표명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고 한다. 공개 총살 등을 자행하는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은 인권위가 당연히 거론할 사항이다. 그런데도 친북 성향의 정권과 좌파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하고 이 때문에 내부 분쟁을 일삼았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특히 인권위가 그 동안 갈등과 반발을 무릅쓰고 비상식적인 권고안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행보에 비춰 그렇다. 국가보안법 폐지, 종교적 병역 거부 인정,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이 좋은 예다. 남파간첩을 무시로 내려보내고, 조금만 수틀려도 "남쪽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폭언을 일삼는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건의를 인권위가 해야 하는가. 헌법에 명시된 병역의무를 무시하고 종교적 신념에 따라 대체복무가 가능하다는 결정 역시 비현실적이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 제한 건의나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확대, 집회ㆍ시위의 장소와 시간 제한 폐지가 불법시위로 생업을 망치고 있는 서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권고안이란 점은 대다수 국민이 너무 잘 안다. 인권위 성향은 조 위원장의 사표 제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출범 초기와 달리 중도적 입장을 견지한 조 위원장에게 일부 위원들이 "진보적 결단이 부족하다" 등 질책성 비판을 계속하자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좌파 중심의 조직 속에서 조직 운영경험이 전혀 없던 조 위원장 개인의 미숙함도 상승작용을 했다는 보도다. 경위야 어떻든 이제 인권위는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다시 말해 군사독재 시절 핍박받던 인권과 지금의 인권은 많이 달라졌다. 아직 부족한 분야가 있는가 하면 넘치는 곳도 많아졌다. 2001년 인권위 발족 당시와는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인권위 업무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법무부 인권국 등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연간 200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구태여 독립기구로 남겨둘 이유가 있는지를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