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학생과 교수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최초의 남북 합작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올해 9월 개교한다. 지난 1998년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낙후된 북한 정보기술(IT) 육성을 위해 남북 합작대학 설립을 북한에 제안한 지 10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14일 평양과기대 설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이 개교 준비 상황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기 위해 방북했다. 평양과기대 초대 총장을 맡을 김진경 옌볜(延邊) 과학기술대 총장이 동행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무기 실험으로 당초 4월보다 개교 일정이 늦어졌지만 지난달 6자회담 2ㆍ13합의 이후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들어서면서 9월 개교를 확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핵무기 실험 등으로 개교 일정이 두번이나 미뤄졌지만 결정된 9월 개교는 현재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개교는 남북 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평양 락랑구역 승리동 100만㎡ 부지에 건설 마무리 중인 이 학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올해는 정보통신공학, 산업경영, 농식품 세 분야의 석ㆍ박사 대학원 과정을 우선 운영한다.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 등 북측 학생 150여 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교수진으로는 박 총장을 비롯해 남한, 해외동포 교수 45명이 참여한다. 지난해 18차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한 교수가 평양과기대에서 북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남북이 합의한 상태다. 북한, 외국인 교수도 강의에 나설 전망이다. 빠르면 내년 학부 과정을 개설할 방침이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관계자는 “현재 교수진, 커리큘럼을 막바지 조율하고 있다”면서도 “유동적인 남북 관계는 물론 외부의 비판까지 겹쳐 개교까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까지 평양과기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냉온을 반복하는 남북 관계에 재정 문제까지 겹쳤었다. 거기에 핵무기를 만드는 북한에 과학기술을 가르친다는 보수 진영의 공격도 받았었다. 2001년 설립 확정 이후 개교까지 7년이 넘게 걸린 이유다.
설립 이후 재원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어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현재 평양과기대 설립ㆍ운영 모금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