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냉정하고, 또 정확했다. 이번 4ㆍ25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3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경기 화성 한 곳과 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중 충남 서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했다.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한나라당의 처참한 성적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오만에 국민들이 꺼내든 ‘옐로카드’였다.
재보선 불패 신화는 결국 한나라당 스스로가 마침표를 찍었다. ‘대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승리감에 도취된 나머지, 난치병이던 부정부패가 재발한 것도 고름이 터진 뒤에서야 알았다.
재보선 불과 이틀 전에 공천 대가로 1억원이 넘는 현금이 오가는 사건이 있고 나서 지도부는 급히 관련자들을 제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돈다발을 건네는 구태가 부활하더니, 3000만원이 넘는 유권자의 과태료를 당직자가 대납해주는 신종 부패 의혹까지 불거지고, 의사협회 로비 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루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악수에 악수를 거듭했다.
무시 못할 또 다른 패착은 선거 직전까지 기싸움을 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두 유력 대선후보의 반목이었다. 후보의 지원유세가 아닌 대선의 대리전인 듯한 기류를 형성한 것도 문제였고, 같은 지역을 지나면서도 서로 외면해 유세 효과는 극도로 떨어졌다. 이런 분열상을 보이려면 차라리 갈라서라는 충고도 들린다.
이번 재보선은 국민들이 투명한 정치를 원한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켰다. 국민들은 무능한 진보에도 고개를 젓지만, 부패한 보수에는 얼굴을 돌린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어떤 정당이나 대권주자라도 민심의 채찍은 예외가 없다. 한나라당은 책임자 문책이나 당직 개편을 넘어 부패를 일소하고 ‘대세론’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판은 8개월 뒤 대선에서 더욱 엄중히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주윤 기자(jun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