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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형구 베니스를 사로잡다

2010-04-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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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화려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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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이탈리아)=이영란 기자} ‘물의 도시’ 베니스의 태양은 눈을 찌를 듯 강렬하다. 그러나 한국관은 칠흑같이 어둡다. 10일(현지시간) 개막된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선 박물관처럼 꾸며진 공간 속에서 이형구(38)의 작품이 광채를 발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이형구는 지난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단독 개인전 형식’으로 자신의 역작들을 보여주고 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 카스텔로공원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통로를 지나 주전시장 한가운데 난데없는 뼈다귀 조각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 뼈다귀의 주인공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주인공인 고양이와 쥐. 작가는 톰과 제리를 ’이형구 식’으로 엉뚱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재기발랄한 ’아니마투스’ 연작은 작가의 대표작 중의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살점은 간데 없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채 정교하게 묘사돼 색다른 흥미를 던져주고 있다. 즉 서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역설적으로 동양의 골상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가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뒤섞인 환상적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고 있는 것. 이형구는 또 ‘The Homo Species’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 서구의 미적 관점을 거부하고 동양의 관상학적 측면을 부각시킨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예일대에서 유학하며 아시아 남성으로서 왜소한 육체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꼈던 작가가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키는 기구로 만든 ‘오브젝추얼스’ 연작이 그것. 한국관 커미셔너인 안소연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은 “비엔날레에서 넘쳐나는 시각적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렬한 시각적ㆍ지적 체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기존 통념을 뛰어넘어 향후 국제미술계에서 눈부신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신진작가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관 개막식 당일 작가는 헬멧을 쓴 채 직접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베니스 현장에서 제작한 5분19초짜리 퍼포먼스비디오를 통해 이방인이 낯선 도시에서 겪는 혼란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한편 2년마다 열리는 각국의 비엔날레 중에서도 ‘특일급’으로 꼽히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올해 52회를 맞아 대가와 신예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졌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크게 본 전시와 국가관 전시, 부대행사 등 3가지로 나눠 열린다. 본 전시와 국가관 전시는 베니스 카스텔로 공원과 아르세날레 두 곳에서 개최되며, 특별전은 도시 곳곳의 고풍스런 장소에서 이어진다. 올해 비엔날레 총감독은 예일대 교수겸 평론가, 기획자인 로버트 스토. 스토 총감독은 비엔날레 주제로 ‘감각으로 생각하기-정신으로 느끼기: 현재 시제의 미술’을 내세웠다. 고대 플라톤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정신과 육체, 이성과 비이성, 비평과 직관 등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다시 고찰해보자는 취지다. 본전시에는 작가 96명이 초대됐다. 스토 총감독의 방침대로 루이스 부르주아, 다니엘 뷔렝, 제니 홀처, 솔 르윗, 브루스 나우먼, 지그마르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내로라 하는 대가들의 작품과 파릇파릇한 신진들의 작품이 나란히 내걸려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다. 국가관은 무려 77개 관이 마련됐다. 베니스 곳곳에서 열리는 부대행사가 알찬 것도 베니스비엔날레의 또다른 매력이다. 비엔날레는 오는 11월21일까지 계속된다. (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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