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가 아닌, 검역 중단 조치에 그친 것은 사실상 한ㆍ미 간 통상 마찰 등 대외적인 상황변수를 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9월로 잡았던 원래의 쇠고기시장 개방일정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쇠고기 검역과 FTA 문제는 별개”라는 농림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이번 사건은 대외적으로 민감한 이슈”라고 전제하면서 “검역 중단 조치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쇠고기 척추뼈 처리 방안에 대해 지난 1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과 체결한 수입 위생조건 20조와 21조의 내용을 모두 검토했다”며 “일부에서는 수입 전면 중단을 얘기하지만 FTA 비준 등 여러 대외적인 요인을 고려해 검역 중단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사실상 FTA와 검역과의 관계가 정부의 결정 과정에서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FTA 비준, 북핵 문제뿐 아니라 최근의 ‘아프간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을 수입 중단으로 쉽게 확대하기가 어려웠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초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언급한 9월 쇠고기시장 개방일정과 관련해서도 이번 쇠고기 검역 중단 조치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신중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혀 사실상 원래 일정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 차관은 검역 중단 조치 결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2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 쇠고기 전면 검역 중단 조치와 관련해 “검역 차원의 문제이므로 FTA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경제부나 외교통상부에서도 FTA 관련 얘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조기 검역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또 다른 배경은 현행 수입 위생조건상의 애매한 문구들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미국과 3월 체결한 수입 위생조건 21조에 따르면 미국의 방역 조치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미국 내 광우병(BSE) 위험이 객관적으로 악화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리고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이 악화된 것을 판단할 수 있는 5가지 유형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도축장에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등 안전 조치의 위반이 심각할 경우 등에 해당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이 악화됐다는 판단을 내릴 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일단 이에 대한 판단을 미국 측 답변 이후로 미뤘지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미국은 자국 내에서 티본스테이크는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광우병 위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FTA 등 대외적 변수를 크게 고려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조기 검역 재개라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