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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에도 타이밍이 있다

2010-04-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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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식 <산업1부>

점심시간 전에 도시락을 ‘까먹은’ 정도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선생님이 “도시락 먹은 사람 자수해”라고 했을 때 먼저 손을 드는 학생이 있는 반면 들킬 때까지 버티는 사람이 있다. 뻔한 게임인데도 그렇다. 경비용역업체 에스원의 이우희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하직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죄했다. 그는 “이번 잘못은 모두 에스원의 책임이며 사건 발생 이후 진실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했다. 물론 에스원에는 경비직원 노모(31) 씨가 고객인 청담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강도짓을 저지른 것 자체가 사회적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원죄였다. 그러나 사건이 커지게 된 데는 발생 초기 노씨를 이미 퇴사한 직원이라고 둘러댔다 뒤늦게 재직 중인 직원임을 시인한 데 있다. 거짓말은 단 하루 만에 발각됐다. 현행범으로 잡힌 피의자가 현직 경비업체 직원인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도시락 검사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한 임원은 “초기부터 노씨가 우리 직원임을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비난을 걱정해 거짓말을 하는 순간적 판단 실수를 했다”며 후회했다. 고개 숙인 이 사장은 건전하고 윤리의식이 높은 직원을 엄선하는 인력관리체계를 갖추겠다는 재발방지책을 함께 내놨다. 사건 발생 초기, 솔직히 사죄하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이 사건을 보면서 1982년 미국에서 발생한 타이레놀 사망사건이 생각난다.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가 사망하자 존슨앤존슨 사는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며 이를 적극 알리고 리콜 조치까지 취했다. 위기상황에 투명하게 대처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었을 타이레놀은 세계적인 브랜드로서 믿음을 굳혔다. 타이밍이 돈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처럼 도처에서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절에 기업 경영인들이 더욱 소중하게 새겨야 할 명제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재빠르면서도 가장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에스원의 한발 늦은 후회와 사죄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교훈을 또 남겼다. (yj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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