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떠밀려 법규 위반 조사착수…성과는 글쎄
잇따라 터지고 있는 삼성 관련 의혹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삼성그룹 비자금 계좌 개설 의혹에 이어 삼성화재의 금산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에 ‘등떠밀리다시피’ 조사에 착수했지만, 과연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명쾌한 답을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금산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조사계획이 없다던 금감원은 경제개혁연대의 의혹 제기 이틀 만인 22일 사실 관계를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영만 금감위 홍보관리관은 “금산법에 따른 처벌 규정이 2000년 이후에 도입됐기 때문에 법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지분 거래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삼성화재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10년전에 일어난 일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서류가 남아있겠느냐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거래에는 전표가 남기 때문에 이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표 보관기관은 5년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연대 주장대로 삼성화재의 제일기획 지분 거래가 1998년에 마무리됐다면 관련 서류가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설사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금산법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은 2000년에 도입됐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이처럼 조사 방법은 물론 결과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삼성 비자금 계좌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한 금감원 조사의 핵심은 계좌 개설 당시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했는지 여부. 금감원은 서류 확인, 직원 면담조사 등을 통해 방문 여부를 판단하겠다지만 과연 금감원의 조사권만으로 사실 확인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인데, 이 큰 그림 속에서 금감원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실명법 위반 여부이고, 이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 500만원 이하가 전부다. 김은정 기자(ejki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