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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대중적인 흥행에 실패할 것을 알고 시작한 시도였습니다. 높은 클릭수가 목표가 아니었죠. 단지 가볍고 저급한 글들이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정통 글쓰기’로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바른글쓰기에 대해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8월초 네이버 블로그에서 신작 ‘촐라체’를 연재하기 시작한 소설가 박범신(61). ‘촐라체’는 인터넷포털 블로그에서 최초로 연재된 정통소설이다. 내년 1월까지 매주 5회씩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된다. 그는 ‘촐라체’가 인터넷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언급한 11월 28일자 본지 기사(14면- ‘귀여니는 되고 박범신은 안돼?’ )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왔다. 한시대 문단을 풍미해온 그는 인터넷문화에 대한 소신도 거침없이 피력했다. 박작가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싣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초여름. 막상 제안을 받긴 했지만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흔한 e-메일도 쓰지 않는 그는 지금껏 펜으로 글을 쓰는 원고지세대 작가. 망설이던 그를 움직인 것은 인터넷에 바른 글쓰기의 씨를 한번 뿌려보자는 네이버 경영진 측의 권유. 여기에 그가 용기를 냈다. “인터넷은 순기능도 많죠. 하지만 글쓰기 문화를 들여다보면 조악한 글들이 난무하는 등 역기능 역시 공존하고 있죠. 좋은 글쓰기의 모범을 누군가는 보여줘야한다는 소명의식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인터넷문화에는 쉽게 좋아하고 손쉽게 버리는 요즘 세태도 녹아있죠. 흥행성과 숫자로 문화를 논하는 그 세태와도 싸워보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더 고전적인 문장과 필법을 고집했습니다. 우리같은 작가들이 이런 정화작업을 계속 해줘야죠.” 또 자극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흐르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인터넷에 꽃펴줘야 개방적인 인터넷 속성에 부합한다”며 “연예기사 등 가벼운 문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르와 세대의 경계를 뛰어넘는 광장이 돼줘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들고 나온 작품은 ‘촐라체’. 히말라야의 고봉 촐라체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돌아온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산악소설이다. 박작가는 연애소설도 멋드러지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쉽게 읽힐만한 연애소설을 놔두고 왜 하필 정통소설을 골라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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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과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얘기를 담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촐라체는 단순한 산 얘기가 아니에요. 요즘 젊은이들 잠깐의 고통도 잘 참지 못하고 편한 삶만 즐기려하죠. 빙벽을 타며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통해 험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꿈꾸는 인생을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연재 석달, 그는 ‘촐라체’를 어떻게 바라볼까. 국내 문단에서는 인터넷 소설은 아직까지 적자(嫡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블로그 소설로 문학발표방식이 일대전환점을 맞았다고 봤다. “기존 작가들은 종이 위주, 즉 신문이나 신춘문예 등으로만 작품 발표해왔죠. 인터넷만 하는 젊은이들은 좋은 글을 읽을 기회가 없는거죠. 작가나 독자 양쪽 입장에서 인터넷소설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겁니다. 인터넷이 작가들에게 좋은 ‘놀이마당’이 돼 준거죠. 주요 인터넷포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시도를 계속 해줘야합니다.” 박작가 블로그를 현재 방문횟수는 84만건. 그는 이 숫자에 큰 의미를 뒀다. “인기블로그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일지 모릅니다. 현 출판시장에서 5만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에 꼽힙니다. 그래서 정통소설로는 80만이란 숫자는 의미가 큽니다. 인터넷에서 젊은 독자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기회였죠. 인터넷이 또다른 광장 역할을 해줄수 있다는 미래가 보였어요.” 그는 즉홍적인 소비시대에 문화를 실패와 성공으로 양분해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작가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마당으로서 인터넷의 미래를 그렸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 ▶소설가 박범신은?= 1973년 단편소설 ‘여름의 잔해’로 등단,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수상한 대표적인 인기 작가. 중후하고 선굵은 문체로 정평이 나있다. 대표작으로는 ‘불꽃놀이’, ‘물의 나라’, ‘외등’, ‘흰소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