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박범신씨였죠. ‘원고지세대’인 그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최초로 신작 ‘촐라체’를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하는 과감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촐라체’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언급한 본지 기사 ‘귀여니는 되고 박범신은 안돼?’에 대해 전화로 직접 입장을 밝혀온 거였죠. 한시대 문단을 풍미해온 그는 인터넷문화에 대한 생각도 차분히 풀어놓았습니다.
‘촐라체’는 히말라야의 고봉 촐라체에서 조난당했다가 극적으로 살아온 산악인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죠. 박작가는 그의 시도에 대해 가벼운 글들이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정통 글쓰기’로 젊은이들에게 바른 글쓰기를 얘기하려 했다고 했습니다. 일부러 정통필법을 더 고집했다는 얘기였죠. 산악소설을 택한 배경도 들려줬습니다.
그는 “촐라체는 단순한 산 얘기가 아니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잠깐의 고통도 참지 못하고 편한 삶만 즐기려하는데, 빙벽을 타며 힘들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통해 험난하더라도 꿈꾸는 인생을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 대목에서는 제 아버지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습니다. 박작가는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얘기를 인터넷에 풀어낸 거였습니다. 마치 아이에게 불량식품을 먹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으로 말이죠.
그런 ‘촐라체’가 지난 7일 108회를 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고 합니다. 박작가의 실험은 인터넷문화에 많은 화두를 던져줬습니다. 연재 5개월동안 블로그 방문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죠. 독자들이 자기 블로그에 담아가는 ‘포스트 스크랩’은 5400여회에 달했습니다.
물론 인기 블로그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죠. 그러나 ‘촐라체’는 인터넷문화의 지평을 넓혀줬습니다. 박작가의 말대로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인터넷에 살아숨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죠.
그는 ‘100만명’이란 숫자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요즘 출판시장은 5만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어렵죠. 그는 기존 인쇄매체를 벗어나 인터넷이 이제 작품 발표의 장(場)이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넷이 작가들에게 좋은 ‘놀이마당’이 돼 준거죠.
그는 연재를 마치면서 이런 소회를 밝혔습니다. “독자들의 살아있는 실시간 반응이 커다란 자극제가 됐고 , 작가생활 34년동안 가지지 못한 행복한 경험이었다”라고 말입니다. 인터넷과 정통문학의 순기능이 ‘제대로’ 만난 셈이죠.
네이버는 ‘촐라체’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으로 소설 연재에 나선다고 합니다. 포털로서 책무의식을 가지고 가벼운 인터넷문화에 대한 정화차원에서 정통문학만을 선보일 방침이라고 합니다. 박작가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마당으로 인터넷의 미래를 그렸습니다. ‘촐라체’, 이쯤되면 큰 성공이 아닐까요? 박작가의 또다른 시도를 독자들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