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도 없이 허둥대던 5시간이었다.
국보 1호로 지정된 유적에는 소화기만 8대 덜렁 놓여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도 갖춰 있지 않았다. 숭례문(남대문)에서 벌어질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훈련 한번 하지 않은 관계당국은 허둥댔고, 2층 높이의 불을 끌 만한 장비도 없었다. 불에 취약한 목조 건물임에도 숭례문의 화재 방지 시스템은 전무했던 셈이다.
2005년 숭례문 주변에 광장을 조성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곳에 접근할 수 있었고, 그만큼 화재와 같은 위험이 상존했지만 안전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평일과 휴일 낮에 각각 3명과 1명의 직원만 있었으며 정작 사고 위험이 큰 야간에는 상주 인원 하나 없이 무인경비 시스템에만 의존했다. 발화가 시작된 10일 오후 8시50분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무인경비업체가 설치한 CCTV와 적외선 감지기도 화재 예방 및 진압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불길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몇 분 전 경보가 울렸지만 경비업체 직원은 소방관들보다도 늦게 도착했고, 소방당국이나 경찰에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숭례문의 경비를 담당한 KT텔레캅은 에스원에 이어 지난 1월 21일에 계약해 숭례문의 안전을 담당한 지 불과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 같은 화재감지기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도 없고 무인경비장치도 구색만 맞췄던 숭례문은 그야말로 경비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화재 발생 시 관계당국의 체계적인 대응책도 미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목재 건물 화재에 대한 매뉴얼은 있지만 숭례문 2층 누각지역 화재에 대한 매뉴얼은 특별히 없었다”고 시인했다.
숭례문뿐만 아니라 보물 1호 흥인지문 등 대부분의 문화유적에서 화재에 대한 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5월 수원 화성 서장대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는 등 중요 문화재에서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았고 결국 숭례문 화재 역시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