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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여성30]
2008년 한국인은 행동하는 여성에 주목했다. 원칙과 도전정신을 무기로 난관을 극복한 여성이 최고의 파워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 뽑힌 30명의 파워여성은 모두 각 분야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대표 선수급’ 인물이었다. 물려받은 권위와 재력, 여성이라는 희소성만으로 파워 여성리더의 위치에 손쉽게 올라선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30명의 평균 나이는 53.9세. 사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연령과 맞아떨어진다. 여성인재 활동에 있어 분야, 연령의 한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고령인 작가 박경리(82)부터 최연소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18)까지 세대별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각 분야별로도 여성리더는 다양한 나이폭을 보여 성장의 연결고리가 더욱 단단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법조계를 제외하고 공공부문 여성인재군이 유난히 얇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행정고시, 외무고시 여성 합격률이 40?60%대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1급 이상 고위직을 ‘차근차근 승진’을 통해 올라선 인물은 후보를 꼽기에 어려울 정도로 소수였다. 30위권 이름을 올린 공직 여성의 경우 대부분 지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 이승신 한국소비자원 원장 등 임명직이었다. 양성평등을 이끌어가야할 정부부처가 가장 두터운 ‘유리천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끄러움을 안겼다. 여성 전문경영인의 부재(不在)도 아쉬웠다.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여성경영인 상당수가 재벌가 여성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신입사원에서부터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 경영자가 된 인물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은 한국 여성경제인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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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효과 눈에 띄네(정치)
정치 부문에서 최고의 파워리더는 단연 박근혜(244표) 전 대표였다. 2위로 꼽힌 강금실(151표)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과 100표 가까운 차를 보이며 다른 파워 후보들을 압도했다. 깨끗한 승복을 보여준 한나라당 경선에 이은 대선 이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쏠리는 관심을 반영한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MB 효과’를 톡톡히 보여준다. 새 정부 5년 국정운영의 골격을 짜는 역할을 맡은 이 인수위원장은 숙명여대 최장수 총장 기록을 갖고 있는 대학 CEO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꼽히고 있다. 나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스스로 ‘나빠’라고 칭하는 네티즌이 등장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나경원 미니홈피가 검색어 상위권에 드는가 하면 수천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반대편에 있는 강 최고위원과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도 차례로 2, 3위에 올라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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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패밀리 패밀리(경제)
스스로 창업한 여성 경영인보다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업을 책임지게 된 여성 오너들이 차례로 파워리더로 포진했다. 그 중에서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220표)이 2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62표)을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가정주부였던 현 회장이 사업 일선에 뛰어든 것은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타계 이후부터. KCC와의 경영권 분쟁,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사퇴 파문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승승장구와 더불어 백화점을 통해서는 명품 이미지를 더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뒤를 이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타계한 후 애경을 중견그룹으로 키워낸 존재감으로 3위에 올랐다. 이 밖에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 등 재벌 2, 3세 딸들의 약진과 이명희 회장,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등 범삼성가 여성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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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의 힘(방송, 연예, 패션)
올해로 데뷔 40년을 맞은 김수현 작가(189표)의 파워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사랑이 뭐길래’ ‘사랑과 야망’ 등의 인기 드라마를 통해 ‘시청률 제조기’란 별칭이 붙은 김 작가는 현재 새로운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로 다시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이는 대중과 가장 친숙하고, 영향력이 막강한 장르인 드라마의 힘도 반영한다. 작가의 이름이 드라마 흥행을 보증하고, 작가의 선택이 신인 연기자를 단숨에 스타로 올려놓기도 한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김주하 앵커(140표)는 김 작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출산 뒤 직장으로 복귀해 맹활약 중인 김 앵커는 여성가족부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결혼 후에도 일하는 여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행에 성공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제작자 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3위에 올라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고, 일본에서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보아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전도연은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의 인기를 대변했다.
젊은 피 약진…공공부문 인재가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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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의 경력과 젊은 패기(문화, 체육)
문화체육 분야에서는 ‘원로’의 축적된 경험과 ‘젊은 피’의 저력이 공존했다. 무엇보다 홍라희 리움미술관장(137표)이 ‘국민 여동생’ 김연아(164표)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홍 관장은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어 도덕성이 표를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 ‘피겨 요정’ 김연아는 큰 경기에서 차분한 마음가짐과 정교한 기술로 세계 정상에 우뚝서며 ‘국민 여동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국내 비인기 종목이자 불모지나 다름 없던 피겨 스케이트에서 이룬 성과와 기대가 열여덟살 어린 나이의 소녀를 파워리더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 밖에 든든한 기둥으로 한국 문단을 떠받치고 있는 박경리, 박완서 등 노작가들과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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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갖는 의미(사회)
사회 부문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여성의 희소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여성 최초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가왔다. 또 대법관, 장관 등 기관의 장으로 직위가 곧 전문성이고 그 분야에서의 파워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헌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란 수식이 이름 석자 앞에 어김없이 붙는 김영란 대법관이 제일 앞에 올랐다. 법조계는 유독 고시 기수(期數)와 서열이 중시되는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선배 법관이 70명인 40대 여성 대법관의 등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라는 영광과 찬사에 담담하게 김 대법관은 한결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깐깐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지칼’이란 별명을 얻었던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호주제 폐지 법안을 만들며 여성 권익 향상에 나서 2위에 올랐다. 한국 여성 법관으로 처음 ‘세계여성법관회의(IAWJ)’ 이사에 선임된 김영혜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와 한국 여성 산악인으로 처음으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산악인 오은선 씨 등도 ‘최초’의 의미가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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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젊은 여성 파워(IT.과학, 의학)
‘IT 강국’답게 젊은 여성 파워가 두드러졌다.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와 박지영 컴투스 대표, 이수영 이젠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8세 나이에 SK텔레콤 임원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과학 천재’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는 지난해 12월 사표를 내고 일선에서 물러난 후 현재 뚜렷한 활동의 흔적도 없지만 16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윤 전 상무는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세계 여성 기업인 50명,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차세대 지도자 등으로도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다른 후보들도 그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성과로 순위를 대신했다. 인천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시작해 현재 6개 대형 병원과 4개 의학연구소 등 병원 그룹을 일궈낸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 삼성SDI 창립 35주년 만에 첫 여성 임원으로 탄생돼 화제가 된 김유미 2차전지 개발팀 상무, 모바일게임업계 최초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박지영 대표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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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공인된 상 수상(학계)
인문 분야와 이공계 쪽이 두루 섞인 학계에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수상이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 비해 순위 간의 표 차가 크지 않아 고른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위로 꼽힌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146표)는 핀란드 대사와 러시아 대사를 거치며 현장에서의 경험도 풍부한 한국 인문학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 분야에서는 상이 그 분야의 영향력을 대변했다. 2위에 오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로레알 유네스코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고, 3위에 랭크된 단백질 연구 분야 세계권위자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교수는 유네스코 제1회 헬레나루빈스타인상(1998년)을 수상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나 장영희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는 활발한 사회활동과 더불어 신문 지면 등의 다양한 칼럼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