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콩입니다.”
블로거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항상 필명을 앞세웁니다. 여기에 뒤따라 나오는 것이 또하나 있습니다. 바로 블로거 명함입니다.
블로고스피어라고 불리는 블로그 세상.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도 많이 있습니다. 명함문화와 필명문화가 그 일례입니다.
필명은 말그대로 블로거들의 ‘닉네임’. 블로고스피어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또다른’ 이름입니다.
명함문화는 지난해 가을부터 슬슬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블로거 모임이 자주 생기자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개인이 자발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태터앤미디어나 티스토리 등 블로그기업에서 나줘주기도 합니다.
블로거 명함에는 필명과 블로그 주소 등이 간단히 기재돼 있습니다. 블로거들에게 왜 명함이 필요할까요? 대부분 블로거들이 직장이나 학교 등 소속이 있는데도 말이죠.
블로거와 사회인으로서 정체성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직업과 블로그 콘텐츠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프라인모임에서 회사 명함을 내밀면서 민망했다는 블로거들이 꽤 있었습니다. 블로거로서 자기 자신과 부합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때 블로거 명함이 유용합니다. 그 간극을 자연스레 메워줍니다. 블로그상 정체성을 오프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셈이죠. 비즈니스 명함과 블로거 명함을 구별해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블로거들끼리는 철저하게 ‘블로거’로서 만나겠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체 대표든, 학생이든, 주부든, 블로고스피어에서는 그냥 다같은 블로거들일 뿐입니다. 이는 필명문화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오프라인모임이 자주 나오는 블로거 ‘허솔’. 어린 블로거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인터넷을 보급했던 벤처1세대 스타인 허진호 박사입니다. 일반인들은 언론에서나 접했던 인물입니다. 난상토론회에 나타난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이 “블로거 이찬진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 역시 익숙한 일상입니다.
한마디로 ‘계급장 떼고’ 블로거로서 지내는 모습입니다. 이들을 ‘무장해제’시킨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가진 ‘블로그 마인드’ 덕분입니다. 블로그의 기본 정신은 참여와 소통입니다. 한 이슈에 대해 댓글과 트랙백으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블로그 정신이 오프라인으로 연장된 것이죠. 카페, 미니홈피 등 다른 인터넷서비스 사용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톡톡 튀는 그들만의 문화. 블로거에 의한, 블로거를 위한, 블로거만의 문화입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