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도였던 A(여ㆍ27)씨는 물리학도 꿈을 접은 지 오래다. 구인자들이 석사 이상 학력을 요구하는 데다 박사학위가 없으면 실험실 보조요원에 머무른다는 현실에 낙담했다. A씨는 대학 3학년 때 전공을 사회과학계열로 바꾼 뒤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광고업무를 맡고 있다.
이과계열 졸업생일수록 전공과 직업 간 불일치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을 못 살릴 바에야 이과를 선택하지 않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18일 서울대 교육연구소 임찬영 연구원의 ‘전공불일치 결정요인과 전공불일치가 근속과 임금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대 이상 학력 소지자 가운데 2005년 취업 중인 15세 이상 65세 미만 1747명의 전공불일치율은 57.2%로 조사됐다.
전공 분야 6개 계열 중 이과계열의 전공불일치율은 80.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문ㆍ예체능 71.6% ▷공학(제조ㆍ건설) 55.3% ▷의학 36.7% ▷사회과학(경영ㆍ경제ㆍ법ㆍ복지) 27.3% ▷교육 22.8% 순으로 파악됐다. 이공계 기피뿐 아니라 인문학의 위기, 의학과 교육계열을 택한 뒤 자격증을 취득해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하겠다는 최근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전공불일치율은 낮아졌다. 이과계열 석사 이상 학력 소지자의 전공불일치율은 50%로, 이 계열 전체 평균보다 30.6%포인트나 감소했다. 임 연구원은 “전문대졸, 대졸자가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이 적거나 고학력자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과 졸업생들은 어쩔 수 없이 전공과 다른 분야의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57.9%)의 전공불일치율은 남성(56.9%)보다 높았다. 남성보다 실업위험이 높아 전공과 다른 직업을 쉽게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식이다. 특히 공학계열을 졸업한 여성 75%는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