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을 추구하는 저축형 vs.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형.”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만기 금액 재유치를 놓고 금융권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만기금액이 약 3조원, 이 중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금액만 2조원대로 그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금융자산만 수십 내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거액 자산가인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거액 자산을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재테크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증권계와 은행계의 각기 다른 재테크 전략. 공격적 성향으로 알려진 증권사는 채권 위주의 저축형 상품을 제안하는 반면, 보수적인 은행이 오히려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적극 권하고 있다.
외평채 만기자금 재투자를 통해 부자들의 재테크 세상을 살짝 엿보자.
증권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절세형 채권 상품이다. 외환 위기 당시 발행된 외평채는 농특세 1.4%를 제외한 세부담이 없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노린 거액 자산가나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특히 당시 판매 단위가 10억~30억원 단위로 이뤄진 데다 만기도 10년이나 되는 장기채였던 만큼 수십~수백억원을 장기로 묻어둘 정도로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라는 얘기다. 연령대 또한 높아 대부분 보수ㆍ안정형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표면금리가 낮아 이자수익이 적고 저율 과세되는 저쿠폰 지역채나 아예 표면금리가 ‘0’으로 이자소득이 없는 비과세 국채 등이다. 또 분리과세가 가능한 물가연동채권도 인기다. 고수익 채권으로는 연평균 11%대(거래세 1.5% 미반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브라질국채도 팔리고 있다.
정범식 삼성증권 PB채권부 파트장은 “그동안 개인의 채권투자는 펀드나 신탁 등을 통한 간접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직접투자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며 “만기 전에라도 채권가격이 오르면 주식처럼 팔아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고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수익을 노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펀드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모 주가연계펀드(ELF) 등 투자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눈길을 끌었던 동부델타펀드가 외평채 투자자들의 선호상품으로 자리잡았고 홍콩 H주식과 연계한 사모형 ELF와 거치식 방카슈랑스도 일부 판매되고 있다.
외평채 투자가 비과세 목적이 대부분인 만큼 분리과세펀드도 일부 판매되고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이관석 신한은행 PB 고객부 재테크 팀장은 “외평채 투자자들이 보수적 성향이라고만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이들의 투자성향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거액자산가들은 일반 고객보다 연령대가 높고 자산도 많은 만큼 적립식은 물론 해외펀드 등을 통해 고수익을 거둔 학습효과가 있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투자형 상품을 찾는다는 얘기다.
한정 우리투자증권 PB R&D팀장은 “외평채에 10억원을 투자했던 80대 여성 고객의 경우 고령에도 불구하고 펀드 등 위험자산에 상당금액을 재투자했다”며 “10년 전만 해도 부동산 외에 투자처가 없었지만 최근 펀드 등 투자자산이 다양해지고 성공체험도 늘면서 채권과 펀드 등에 대한 분산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ejki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