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새내기 주부 박소영(30) 씨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놀랍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박씨는 보통 주말에 대형 할인매장에서 장을 보는데, 갈 때마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박씨는 “정부가 생활필수품 가격을 관리한다는데 라면이나 화장지 같은 생필품은 왜 가격이 계속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정부가 생필품 52개 품목을 가격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물가대책을 세운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집중적으로 가격관리를 하겠다던 52개 항목도 가격이 올라 정부의 가격 안정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생필품 가격, 최대 7.3% 상승=정부는 지난 3월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쌀과 쇠고기ㆍ휘발유ㆍ학원비 등 생필품 52개를 집중 관리한다는 내용의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 점검 및 대응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쇠고기를 제외하곤 생필품의 가격 상승세는 여전하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시 25개구의 할인매장, 백화점, 재래시장 등 유통매장 총 300개 업소를 대상으로 서민들이 자주 쓰는 라면ㆍ설탕ㆍ밀가루ㆍ식용유ㆍ합성세제ㆍ미용티슈 등 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설탕을 제외한 품목 대부분이 3월 이후에도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은 3월에 540원 하던 진라면이 4월에 579원으로 7.3%나 올랐고, 삼양라면과 신라면도 4월에만 각각 4.6%와 0.5% 상승했다. 식용유는 4453원 하던 1.5ℓ 용량의 백설 식용유가 4600원으로 3.3% 올랐고, 같은 용량의 해표 식용유도 0.4% 상승했다. 밀가루의 경우 4개 제품 중 대한제분 곰표 밀가루 2.5㎏만 0.4% 올랐지만, 최근 동아제분이 밀가루 가격을 올린다고 밝히는 등 관련 업계가 도미노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실질적 물가관리 어렵다=정부가 물가대책을 내놔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공공요금을 제외하곤 정부가 실질적으로 물가를 잡을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1970~80년대처럼 직접적인 가격 통제가 어려워 할당관세를 인하하거나 유통구조 개선, 비축물자 방출 등 간접 지원으로 물가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밀이나 콩 같은 곡물은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세 인하 효과가 사라졌고, 석유 역시 국제유가 급등으로 탄력세율의 인하 효과가 없어진 상태다. 정부가 물가대책을 내놓으며 기대했던 ‘소비자물가 0.1%포인트 인하 효과’가 공중에서 사라진 셈이다.
물가 잡기가 예상만큼 녹록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가 약 4%인데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 이자율이 ‘0% 시대’에 돌입해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은 증가할 수 없다”며 “물가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금리를 유지하며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