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니‘쿵푸팬더’中개봉
자국소재 창작물 상영에
“상상력 빈곤”자조적비판
“이재민 주머니 턴다”
쓰촨성 상영금지 요구도
<**1>
중국 전역에서 지난 20일 미국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개봉했다. 항저우(杭州)에서는 상영 첫날 30만위안(4500만원)을 벌어들여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좋은 개봉 성적을 올렸다. 본토 전체에서는 22일까지 1000만위안(15억원)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쿵푸팬더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심정은 단순히 ‘재미있다’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스럽기 그지없는 쿵푸와 판다를 할리우드에 빼앗긴 중국인들의 감정은 분노, 창피함 등 복잡미묘하다. 쿵푸팬더는 자이언트판다 ‘포’가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평화의 계곡’에서 쿵푸의 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잭 블랙, 더스틴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 뿐만 아니라 성룡, 루시 루 등 중화권 영화배우들도 목소리 더빙에 참여했다. 지난 1998년 월트디즈니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화목란(花木蘭)’ 이야기를 미국식 ‘뮬란’으로 재탄생시켰던 것처럼 할리우드는 다시 한번 중국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판다와 소림사로 대표되는 쿵푸를 결합해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았다.
<**2>
영화를 본 중국인들의 1차적인 반응은 탄식이 대부분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중국의 것인데 어찌 중국인은 이를 찍어내지 못하는가?”라고 자조하기도 하고, “중국의 예술가들은 왜 이러한 창작을 시도하지 않는가”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중국은 중국의 이야깃거리를 가져다 새로운 오락거리를 만들어낸 할리우드에 환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할리우드의 영향력을 중국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6일 유명한 판다 예술가인 자오반디趙半狄)는 국가광전총국 영화국을 항의방문해 쿵푸팬더 상영 금지를 호소했다. 그는 “쿵푸팬더가 중국의 국보인 판다와 쿵푸를 도둑질해, 지진 후 살아남은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며 쓰촨성 및 중국 전역의 상영 금지를 요구했다.
<**3>
이 때문에 19일 쓰촨성의 영화관들은 “일부 관객들이 영화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어 이의를 제기했다”며 상영 연기를 공동발표했다. 이후 쓰촨성 영화 팬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지난 21일부터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중국 언론들은 할리우드 문화 배척이 아니라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판다, 손오공, 용 등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화평굴기(和平掘起.평화적으로 우뚝 섬)’를 꾀하는 중국의 글로벌 문화 대사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소재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쿵푸팬더를 미국에 빼앗긴 것은 중국의 문화 시야가 협소하고 발전력, 창조력,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지적하며 본국 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선희 기자(sunn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