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책으로, 저자는 블로그로’
지난 2002년 미국의 언론인 제프 자비스가 만든 한 신조어 ‘블룩(Blook)’. 책(Book)과 블로그(Blog)을 합쳐서 만든 말로, 블로그에 쓴 글을 출판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낯선 말은 곧 출판계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 2006년 블룩 열풍이 일어난 미국. 블룩을 출판한 저자를 일컫는 ‘블룩커(Blooker)’들이 속속 등장했죠. 블룩 전문 출판사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은 웬만한 매체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즉 책과 블로그가 만나는 ‘출판 2.0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블룩은 쉽게 눈에 띕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리, 인테리어와 여행 등에서 특히 강세입니다.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요리블로거 문성실씨. 블로그에 요리법을 올리면 그날 동네 마트에서는 요리재료가 동날 정도로 고정독자를 확보한 와이프로거죠. 블로그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에 올린 글을 기반, 4권의 책을 냈습니다. 일본에서 일하는 애니메이터인 김현근씨도 블룩커. 2년전부터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와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등을 차례로 출판했습니다.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본 생활기가 그가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지난해말부터는 블룩의 저변도 부쩍 넓어졌습니다. 시사와 미디어, 마케팅 관련 블룩이 처음으로 등장한거죠. 김용민씨 등이 공동집필한 ‘블로거 명박을 쏘다’, 전직기자 출신인 파워블로거 그만이 펴낸 ‘미디어 2.0,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등이 있습니다. 영어블로그 ‘테크노김치’ 로 유명세를 타 지난해 CNN을 통해 전세계에 소개되기도 한 파워블로거 김태우씨. 인터넷경제학을 다룬 ‘미코노미’란 저서를 냈습니다. 이밖에 ‘스노우캣’, ‘감자도리’ 등 만화 형태 콘텐츠 등도 출판됐습니다.
블룩커들의 공통점은 개성넘치는 콘텐츠가 있는 전문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블룩에서는 독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상도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저자와 독자가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거죠. 블로그는 ‘덧글’이나 ‘트랙백’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 덕으로 마치 가까이 앉아 얘기를 나누듯이 글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이뤄진 폭넓은 정보공유는 블룩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 준다는 평입니다.
블룩은 역량있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저자로서 입문 기회도 열어줬습니다. 개인브랜드 구축에도 한몫을 한 셈이죠. 출판업계에서는 작가 발굴의 방법을 다양해졌습니다. 김태우씨는 “블로거들은 평소 확보하고 있는 블로그 독자층과 그 영향력을 통해 출판된 책을 기반, 또 다른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로그 덕분에 높아보이기만 하던 출판의 문턱도 한층 낮아졌습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