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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스토리를 파는 브랜드 4⃞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워크래프트등
20여년 동안 불패신화 창조
5~10년간 게임 한편 만드는 장인정신
최고 콘텐츠 개발사 명성
지난 6월 28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컨벤션센터. 전세계 게이머의 눈과 귀는 이곳으로 쏠렸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게임축제 월드와이드인비테이셔널(WWI) 현장에서 공개될 신작 게임 한 편 때문이었다. 배경음악이 기타 연주로 애잔하게 흘러나오자 장내는 일순간 환호성에 휩싸였다. 게이머가 7년을 기다린 ‘디아블로3’가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현장에 있던 600여 취재진도 쉴새없이 이 소식을 전세계로 타전했다. 이 게임이 개발된다는 소식에 모든 게임업체는 숨죽였다. 국내에서도 ‘디아블로3’는 각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순식간에 휩쓸어버렸다. 이처럼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끄는 이유는 개발사가 다름아닌 블리자드라는 데 있다. 싫증내기 쉬운 게이머를 5~10년 동안 기다리게 만드는 개발사, 신작 개발 소식에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회사, 몇년 동안 게임 한 편을 만드는 장인정신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회사, 바로 블리자드가 가진 이름값이다.
▶20년 불패신화 원동력은 스토리의 힘
=세계 최대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 출발은 자그마한 PC게임 개발사였다. 1991년 마이크 모하임 CEO는 프랭크 피어스 등 UCLA 대학 동문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블리자드는 게임사에 길이 남을 빅히트작을 연이어 쏟아낸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등이다. 작은 개발사에 불과했던 블리자드는 게임 3편을 앞세워 연매출 1조1000억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한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3300억원. 블리자드 연매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진가는 실패작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게임 한 편을 흥행시키기 쉽지 않은 시장에서 무려 20여 년 동안 불패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것. PC패키지게임이 주력인 블리자드는 2004년 온라인 게임시장에도 진출, 삽시간에 장악한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단 한 편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것. ‘와우(WOW)’는 국민게임 ‘리니지’를 제치며 ‘외산 온라인 게임은 안 된다’는 편견을 보란듯이 깼다. 또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누려온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지위도 위협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게임 IP(지적재산권)는 해마다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게임마다 신화를 만들어온 블리자드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하임 사장은 그 이유로 스토리의 힘을 들었다. 한국과 블리자드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했다. 모하임 사장은 “자사는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요소인 스토리가 강하다”며 “게임을 생명력 있게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영속성 있는 스토리가 필수 요소로, 이에 대해 늘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내부에 게임개발팀 외에 스토리를 만드는 팀, 음악.소설.영화 등 원소스멀티유즈를 연구하는 비하인드스토리팀 등을 두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등은 모두 이들 조직에 의해 최소 4~5년 이상 가꿔져 세상에 선보였다. 모하임 사장은 “리니지 등 한국 게임은 게임플레이가 화려하지만, 자사 게임은 스토리가 깊다”고 했다. ‘와우(WOW)’만 해도 수천년에 달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10년 분량이 채 안 되는 이야기를 게임에 풀어놓았을 뿐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오랜 세월 전해내려온 북유럽과 고대신화, 소설 등은 풍부한 스토리의 원천이다. 개발자에게는 아직도 게임으로 만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탄탄한 스토리에 참신한 게임성이 덧입혀지면 게임은 살아있는 콘텐츠로서 힘을 얻는다. 모하임 사장이 한국 게임의 약점으로 누누이 지적해온 게 빈약한 기획력. 게임 개발자 출신답게 그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높은 완성도를 더했다.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아무리 시장에서 아우성을 쳐도 완성도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절대 내놓지 않는다”며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게이머와 시장을 상대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블리자드가 최초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MMORPG를 만든 회사는 아니지만, 최고의 개발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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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설 등 원소스멀티유즈로 화제성 극대화
=블리자드는 스토리텔링에 특히 능하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2’ 개발 소식이 최초로 발표됐던 WWI 현장. 당시 베일에 싸여 있던 이 게임이 공개되던 순간,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마린’의 얼굴이 나오자 탄성을 내질렀다. 이는 바로 스토리와 IP의 힘이다. 독보적인 게임 IP는 영화.소설.만화를 비롯해 e스포츠 등으로 재생산돼 끊이지 않는 이야기로 살아 꿈틀거린다. 게이머와 함께 거대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해마다 열리는 게임축제 WWI가 그 예다. WWI의 태생은 몇 년 전 한국지사 직원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한국 게이머를 위해 게임축제를 국내에서 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서 시작된 것. 블리자드의 각종 게임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WWI는 몇 해 만에 게이머 10만명이 운집하는 행사로 거듭났다. 블리자드는 매년 이곳에서 신작 소식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려 세계적인 게임축제로 자리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온라인 게임이 종주국을 자부하지만, 부실한 콘텐츠로 시장을 주도하는 대작 개발에는 실패하는 것과 달리 모든 게임 장르에서 후발주자였던 블리자드는 그들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