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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나오는 대중문화 작품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원작이 있는 작품과 원작이 없는 작품.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작품이 ‘원소스멀티유스’로 사용되면서 원작을 요리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하나의 원작이지만 작품마다 원작은 변신을 꾀하는 셈. 기본 설정만 빌리고 통째로 다 바꾸는 각색도 있고, 살짝살짝 양념을 치는 정도의 각색도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어떤 점이 더 재미있어졌나를 곱씹어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정통요리 vs 퓨전요리=최근 선보이는 한국영화 두 편은 원작을 서로 다른 요리법으로 만들어 대비된다. 먼저 ‘모던보이’는 원작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했다. 제5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이지형의 원작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톡톡 튀는 느낌이 강하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가 배경이지만 인물들은 역사적 소명 따위는 잊고 뻔뻔하고 발칙한 연애질에 몰두한다. 영화는 발랄한 원작의 느낌을 일부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반부로 가면 이를테면 정통요리법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테러 박’의 정체가 밝혀질 때도 영화는 원작과 달리 비장미가 감돈다.
반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원작보다 훨씬 발랄해졌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인 인아는 논리적이고 차가운 면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영화 속 인아는 한없이 사랑스럽다. 정윤수 감독이 손예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한층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부각됐다.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남편 하나 더 갖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에서도,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귀엽다. 원작보다 코미디적 요소가 강하고 밝은 분위기다. 원작에서 상황, 심리묘사와 탁월하게 접목된 축구 이야기가 감탄을 자아냈다면 영화에서는 독특한 캐릭터를 밉지 않게 소화하는 손예진의 매력에 주목할 일이다. 마치 조리법이 자유로운 퓨전요리를 먹는 새로운 기분이 들 것이다.
▶캐릭터 조미료 첨가요~=극적인 재미를 위해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추가하는 일은 원작 요리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다. SBS ‘식객’에서 주목받은 김소연의 캐릭터는 원래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드라마인 만큼 멜로 라인이 강화되면서 삼각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역할이다. 또 영화가 짧은 시간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성찬과 봉주의 대결 구도로 압축시켰다면, 드라마는 다양한 갈등요소를 추가시켰다. 원기준이 맡은 역할이 바로 그것으로 그는 원작에는 물론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SBS에서 뒤이어 선보이는 ‘타짜’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정마담이 부각됐지만,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은 난숙 역의 한예슬이다. 주인공 고니의 첫사랑으로 정마담 밑에서 일하는 한예슬은 팜므파탈의 면모를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극적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오되 인물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SBS ‘바람의 화원’은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정순왕후를 투입했다. 신윤복이 외유사생에서 그린 바람난 여염집 여인은 이정명의 동명 원작과 달리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정순왕후로 바뀌었다. 정조와 정순왕후의 대립을 드라마에서 하나의 갈등축으로 그리면서 설정이 바뀐 셈이다.
▶어, 그 맛이 아니네=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20세기 소년’은 원작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장면 구성이나 대사까지 원작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원작에 변화를 많이 줘서 맛이 완전히 달라진 경우도 많다. KBS2 ‘바람의 나라’도 그런 예. 대모신왕 무휼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다거나 하는 드라마를 위한 설정이 첨가되고, 원작 만화는 기본설정과 캐릭터만 살렸다. 이 때문에 ‘바람의 나라’ 게시판에는 일부 원작팬이 애정 어린 비판의 글을 남기기도.
그러나 담는 그릇이 변하고, 요리하는 사람이 변했는데 원작과 맛이 똑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 원작과 똑같은 맛이라면 식상한 맛에 질릴 수도 있는 법이다. 드라마에서 뮤지컬로 장르적 변화가 큰 ‘대장금’은 조광조가 주연 못지않은 비중으로 나온다. 드라마가 수라간 최고 궁녀에서 이후 의녀로 대장금 칭호까지 받는 장금이의 일생이라면, 뮤지컬은 중종과 민정호, 조광조의 개혁정치와 수구세력의 대립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예상치 못한 맛이지만 색다른 맛이 미각을 자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