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 블로그에 ‘안철수연구소 완전 실망’이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온라인PR대행사 인사이트미디어가 블로거에게 글 한편을 써달라고 의뢰했는데요. 대행사가 건넨 문건의 제목은 ‘무심코 삼킨 알약이 독약? 이스트소프트의 실체’. 블로거에게 경쟁사를 비난해달라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글은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안철수연구소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블로그마케팅에 대해 협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향성이 경쟁사 비난은 결코 아니었다”며 “대행사의 돌출행동으로, 자사가 오히려 피해자가 돼,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단편적인 이 사례는 온라인마케팅의 문제점을 여러 각도에서 시사해줍니다. 지난해부터 블로고스피어(블로그 생태계)가 주목받자, 덩달아 블로그도 마케팅툴로 각광받았습니다. 이 시장을 노린 온라인 마케팅대행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이에 대한 순기능도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넷에서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블로그는 입소문마케팅에 최적입니다. 이름값하는 파워블로거의 경우, 그 효과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온라인마케팅 대행사들은 주로 블로거들에게 원고료와 자료를 주고 글을 써달라고 의뢰합니다. 독자들에게 제대로 제품을 알리고, 정보를 주는 게 목적입니다. 하지만 왜곡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경쟁사를 힐난하는 글을 쓰게 하거나, 가짜 블로그를 수백개 만들어 정보를 올려 포털검색결과에 반영하게 하는 유형 등이 있습니다. 한 파워블로거는 “제품 주고, 일주일에 몇편씩 일정기간 올리게 하거나, 시나리오를 주는대로 올리라고 요청하는 편”이라며 “작성된 글은 미리 검사받아야하고, 제품 단점을 지적할 경우, 그 부문은 삭제하라는 요청도 흔해, 글 게재를 거부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기생하는 부류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하는 글을 써줄테니 돈을 달라거나, 기업의 약점을 잡아 돈을 요구하는 블로거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조작되기 십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릇된 온라인마케팅은 독자와 기업, 웹생태계 모두에 독이 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혼탁한 마케팅은 결국 블로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블로그에 의한 입소문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는 콘텐츠 신뢰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의뢰한 기업에 대한 믿음도 한순간에 땅에 떨어지겠죠. 제대로 글을 쓰고, 마케팅을 해온 블로거들과 대행사도 함께 욕먹게 됩니다. 결국 온라인마케팅 자체에 위기도 찾아올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부가 자행한 그릇된마케팅으로 블로고스피어를 망치게 되면, 블로거들과 네티즌이 공유해온 소중한 공간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블로그 등 온라인마케팅에 대한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