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한 홍콩계 미국 청년 앞으로 소포가 배달됐다. 그 속에는 한국행 비행기표 한장과 CD 한장이 들어있었다. 카이스트(KAIST)에 재학 중이던 한국인 친구가 보낸 것. CD에는 카이스트 재학생들이 만든 벤처기업의 사업모델이 소개돼있었다. 이를 살펴본 그는 2주만에 한국행을 택했다. 시쳇말로 ‘잘 나간다’는 딜로이트컨설팅 입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셔먼리(Sherman Li?29) 엔써즈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 그가 한국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은 2003년. 스탠포드대학 재학시절 그가 만든 ‘아태 대학생 벤처기업가정신 협회(ASES)’가 끈이 됐다. 미국과 한국 등지 공대생들이 창업에 대한 케이스스터디를 하던 모임이었다.
한국에 온 셔먼 이사는 ‘에빅사’란 벤처기업에 합류했다. 카이스트 재학생 1호 벤처로 웹기반원격제어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당시
연봉은 달랑 600만원. 그가 택한 것은 고액연봉이 아닌 ‘도전정신’과 ‘사람’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겐 한국은 기회의 땅입니다. 2003년 당시 한국은 IT산업에서 리더였죠.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페이스북보다 먼저 만들어진 싸이월드가 있었고, 훌루보다 앞서 곰TV 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었어요. 이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싸이월드, 네이버 등은 처음부터 한국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죠. 단순히 돈만 더 들인다해서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국의 IT기술과 인프라는 중국보다 질적으로 뛰어납니다. 인도나 중국보다 숙련된 고급인력도 많죠. 창업하기 최적인 곳입니다. 이를 기반, 해외에서 승산있는 서비스를 내는 것이 단기목표입니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은 동영상검색기술 개발사인 엔써즈. 카이스트 인맥들이 모여 세계 최초로 동영상을 검색하는 서비스 ‘엔써미’를 만들고 있다. 구글에 필적할만한 ‘세계 최고의 동영상검색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 셔먼 이사의 꿈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엔써즈의 운영과 개발일정, 기획 등을 총괄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를 겨냥한 모든 준비도 그의 몫이다. 동영상광고플랫폼 ‘애드뷰’는 최근 다음과 싸이월드 등에서 상용화됐다.
“좋은 기술이 개발됐고,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해 공을 들이면, 한번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엔써즈를 ‘성공한 기업’으로 키우는 겁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파나소닉 등 쟁쟁한 IT기업의 컨설팅을 맡았던 셔먼 이사. 그는 “한국기업의 제품은 뛰어나지만, 초반 기획 당시 글로벌프로덕트매니징에 대한 고민이 없어 해외 성공사례가 없는 편”이라며 “이 선례를 반드시 한번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