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다국적社 생산대행 탄탄한 매출기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세계적 바이오社 도전 코스닥 시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서정진(52) 회장은 달변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계 경제 흐름이 손에 잡히는 듯하고, 미래 경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의 생각에 감탄하며 동조하기도 하고, 일부는 너무 달변인 탓에 경계심을 갖기도 한다.
특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바이오 의약품 개발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더욱 혼란스러운 기분에 빠지게 된다. 서 회장이 스스럼없이 “사업가와 사기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며, 사업 계획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경계심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2년전 코스닥 시장 진입에 실패한 셀트리온을 연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회사로 성장시킨 서 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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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단백질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100억원을 넘나드는 개발 장비를 여러대 갖추고 있는 셀트리온은 지난해 주문 생산한 단백질 의약품의 합격률이 97%에 이르며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
▶역발상의 사업계획이 만든 시가총액 1조7000억원=일반인이면 누구나 셀트리온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992년 32세의 나이에 대우자동차 임원으로 전격 기용되며 경영혁신작업을 주도한 서 회장이 99년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세상에서 잊혀졌고,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셀트리온을 탄생시킨 그를 처음부터 믿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가 삼성전기, 생산성본부, 대우자동차 등을 거치는 등 굴뚝 산업에 주로 종사했다는 점에서 바이오 산업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는 서 회장이 기획 전문가라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서 회장이 대우자동차에 몸담는 동안 기획부서를 진두지휘했고, 대우그룹의 몰락과 동시에 기획부 직원들과 함께 ‘넥솔’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신사업을 준비해왔다는 점을 모를 때까지의 생각이다.
기획통인 서 회장은 2년 동안 해외를 떠돌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고, 바이오 의약품 산업이 미래 시장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단백질의약품을 생산하는 CMO(의약품 생산대행)사업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국적 제약사의 단백질 의약품 생산을 대행하며 매출 기반을 닦은 뒤 단백질 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사세를 키우고, 마지막으로 바이오 신약을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들이 뚜렷한 매출 기반 없이 바이오 신약부터 개발하려고 뛰어드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과정이다.
이 같은 역발상의 기획은 적중했다. 사업 기획 당시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줄 곳이 필요했던 미국의 제넥텍(Genentech)의 자회사 백스젠을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술을 합법적으로 이전받은 서 회장은 2005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BMS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아바타셉트(Abatacept)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 등과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장기공급계약을 맺게 됐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지난해 83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40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면서 회사의 시가총액도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서 회장은 “이 같은 사업 계획을 현실화시키기까지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으며, 사업 초기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도 모두 처분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전세를 살고 있다”고 회상했다.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겠다=서 회장은 업무적인 이유로 골프장에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1년 동안 4~5번 정도가 고작이다. 골프를 좋아하지만, 대부분 부인과 골프를 즐긴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만들고 키우는 데 정신없이 보낸 탓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서 회장은 “업무상 필요한 라운딩은 회사 임원들이 주로 담당한다”며 “골프 라운딩 만큼은 아내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는 서 회장은 자신만의 시간이 거의 없다. 셀트리온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먹여살릴 바이오 업체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탓에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와의 미팅과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직원들을 다독거리는 데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인연을 맺고 있는 임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 회장은 “과거 여러 대기업에 몸담으면서도 아쉬웠던 점에 직원들이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던 점”이라며 “모두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포부”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생각에 따라 서 회장은 비정규직으로 있던 일부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며, 회사의 성장과 개인과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서 회장이 350여명의 직원과 함께 만들어갈 내일의 셀트리온이 기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