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盧 마지막 결투 관측
내년 지방선거 기선잡기
여권 핵심일부 희생 감수
정치권 檢통제불능 시각도
“이번 사정은 정치지형 재편을 위한 ‘큰 그림’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정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하고 재집권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6년 정상문 당시 대통령 총무비서관에게 100만달러를 건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예정된 대로 ‘박연차 게이트’는 ‘노무현 게이트’로 진화 중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된 시점에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매개로 여권 핵심 인사들을 통한 세무조사 무마 시도 흔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여권 핵심부에 대해서도 사정의 칼끝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돼 6개월여 동안 진행된 ‘박연차 수사’의 끝이 어디일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노무현 게이트’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지형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검찰의 사정이 누군가가 그린 ‘큰 그림’에 의해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이명박 대 노무현의 마지막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정신 말살, 이명박 정신 착근 준비=현재 정치권 주변에서 정설화하고 있는 이번 사정의 1차 목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방지용’이란 관측이다. 큰 선거든, 작은 선거든 집권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패할 경우 권력의 급격한 레임덕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과거 노무현 정권이 뼈저리게 경험했던 일이다. 집권 초 촛불시위의 트라우마(상처)를 갖고 있는 현 집권세력으로서는 ‘노무현 정신의 말살과 이명박 정신 착근의 계기 마련’이 절실했을 거라는 추론이다.
특히 현 집권 세력이 주목하는 것은 내년에 있을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진행돼온 검찰 수사가 공교롭게도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채비를 하는 유력 정치인들이 얽혀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이광재 의원의 구속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최근 검찰이 박연차 수사를 광역자치단체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언뜻 내비친 점도 이번 사정의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단서로 꼽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준비를 하는 유력 정치인들을 묶어두고 광역자치단체장 중 몇 명을 날린 뒤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
▶여권 핵심의 희생도 감수=여권 핵심부는 사정 과정에서 ‘자기 식구의 희생’을 일정 부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부터 11월까지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때 이 대통령의 기업 후원자이자 대학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추부길 전 비서관이 박연차 구명을 위해 여권 핵심 실세들에게 줄을 대려 했던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냥 덮고 넘어가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다치는 일이 있어라도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박연차’를 매개로 그동안 여권 주류에서 밀려나 있던 정두언ㆍ이재오계가 이상득계를 치려한다는 ‘권력투쟁설’도 불거져 있는 상태다.
▶‘노무현까지 칠 생각이었나’=이번 사정을 기획한 쪽에서는 애초 ‘노 전 대통령과 그 패밀리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는 설도 있다. 최근 주간지 ‘시사저널’이 ‘2007년 대선 직전 노무현 측이 이명박 측에 BBK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패밀리를 건드리리 말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 ‘자기고백’을 한 것은 퇴임 후 자기방어 수단을 갖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향해 ‘여기까지만 하자’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정을 기획한 여권 핵심부가 검찰의 통제를 상실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처음에는 기획된 사정일 수 있으나 지금은 박연차 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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