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위 본관-아르코미술관 하반기부터 복합문화센터로 통합
아쉬움속 30년 궤적 조망 박불똥ㆍ김구림 등 ‘대학로 100번지’ 展 옛 서울문리대 자리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은 미술가들에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날 미술계에서 맹활약하는 작가 중 적지않은 이들이 아르코를 디딤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로에서 ‘미술’의 기치를 드높였던 아르코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0돌을 맞은 시점에서 이 미술관은 존폐기로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은 오랫동안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으로 불리었다. 그간 이곳의 일부 전시는 다소 실험적이어서 대중과의 소통이 원활치 못한 편이었다. 인지도도 좀 낮았다. 정부가 대대적인 방향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아르코는 1979년 개관이래 미술관이 태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비영리 공공미술관으로써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왔다. 아르코만의 성격과 지향점이 있었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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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적 미술까지 넉넉히 품어왔던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3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꾸몄다. 사진은 이미경의‘디렉터즈 컷’. 그러나 아르코는 공교롭게도 존폐기로에 처해 있다. |
그러나 문화부는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과 아르코미술관을 묶어 다장르 예술을 다루는 복합문화센터로 바꾼다는 복안이다. 두 시설을 연계해 공연, 시각예술, 문학을 아우르는 ‘대학로 아트센터’(가칭)를 하반기 만든다는 것. 따라서 아르코미술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예술위원회측도 아르코미술관을 연극, 무용, 문학에 대폭 개방하는 새 활용전략을 짜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적 공공미술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술계는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소장?중견 작가들의 문제적 작품을 소개하고, 참신하면서도 괄목할만한 기획전을 개최해온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아르코미술관은 그간 공공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등 미술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미술계의 든든한 기반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아르코미술관은 30돌을 맞아 ‘대학로 100번지’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개막했다. 미술 본연에 충실한 진지한 작품들을 담고자 했던 아르코미술관의 30년을 되돌아보는 이 전시에는 이승택(80), 김구림(73), 이건용(67), 박불똥(53), 홍경택(41), 사사(40), 구동희(35) 등 원로부터 신진작가까지 30명이 참여했다. 대학로와 아르코미술관에 향수와 기억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 작가들이 총집결된 셈.
출품작도 그림,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등 다양하며, 30년의 궤적을 독특하게 조망해 관심을 모은다. 이를테면 사사는 `슬기와민`과 함께 30년간 아르코에서 열렸던 미술전시의 도록에서 인사말만 뽑아 보여주고 있다. 그 인사말 속엔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들이 켜켜이 녹아 있어 흥미롭다. 또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꾸미는 설치미술가 박기원(45)은 미술관 벽면을 온통 투명한 에어튜브로 쌓았다. 이밖에 이승택과 이건용은 자신들의 작업세계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구현하는 등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던 대학로의 붉은 벽돌건물 속엔 다채롭고도 도전적인 작업들이 꿈틀대 우리 미술계에 소금같은 역할을 했던 ‘아르코의 30년 여정’을 반추케 하고 있다. 02-760-4850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