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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테크족 “개룡男 No! 신랑감은 평범男이 최고”

2010-03-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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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생긴 사람, 돈 많은 사람 둘 다는 안 될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란 말이 있다. 동쪽집에서 먹고 서쪽집에서 잔다는 뜻으로 흔히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 다니거나 하는 경우를 일컬어 자주 쓰인다. 그런데 이 ‘동가식서가숙’이란 말은 본래 ‘자기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지조 없이 이리저리 빌붙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기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나라에 혼기가 찬 한 처녀에게 두 남자가 동시에 청혼을 했단다. 한 사람은 추남에 매우 부자였고, 또 다른 사람은 가난한 미남이었다. 둘 중 누구에게 시집을 가겠느냐는 부모의 물음에 이 처녀 대답했다. “잠은 잘 생긴 남자와 자고, 밥은 돈 많은 남자와 먹겠어요”라고. 두 남자의 장점만을 골라 모두 취하고 싶은 처녀의 마음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솔직한 속내일지도 모른다.


# 초식남과 건어물녀 속에 ‘혼테크族’ 있다

기대치에 꼭 들어맞는 배우자. 원하는 조건을 따지고 들자니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齊)나라 그 처녀 역시 결국엔 두 사람 모두와 결혼할 수는 없었을 터. 필시 한쪽은 포기한 채 혼례를 올렸으리라.
하물며 배우자에 관한 희망사항 중 절반만 충족시켜도 ‘선방’이라는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영리한 요즘 여성들. 스스로 ‘혼활(婚活ㆍ‘결혼을 하기 위한 활동’의 줄인 말로 일본에서 먼저 사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 가입부터 업체를 통한 해외미팅, 캠프 등 이상형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에 대해 듀오의 커플매니저 서현아 씨는 “상담받으러 오는 고객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결혼정보업체의 효율적 가입, 이용방법 등을 미리 공부하고 온다”고 했다. 즉, 꿈꿔왔던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마인드가 지배적인 것. 또한 이렇게 ‘혼활’하는 여성들은 단순히 ‘결혼’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정신적, 경제적으로 최대 이익을 내려고 하는 ‘혼테크족’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초식남(결혼보다 취미, 일 등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더 즐기는 남자)’과 ‘건어물녀(연애에 관심이 없어 연애세포가 다 말라버린 여자)’가 늘어가고 남녀간의 결합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꿈꾸는 비혼(非婚)’도 등장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 혼활과 혼테크 열풍인 것을 보면 여전히 ‘결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최대의 이벤트인 것.

# 진실 혹은 거짓 “내 남편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결혼도 전략적으로 임하는 ‘혼테크족’의 기본 철학은 ‘결혼도 남는 장사’여야 한다는 것. 회사원 조은희(여ㆍ27)씨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삶보다는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그건 배우자의 경제력이나 지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백마 탄 왕자를 바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을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듀오에서 미혼남녀 63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성의 83.7%가 ‘나의 배우자는 평범한 사람이면 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그 ‘평범남’이란 신장 174.4㎝에 연봉 4334만원의 대졸자로 대한민국 평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그들을 ‘평범하다’고 한다는 것. 상당수의 여성들이 평범의 기준을 ‘나보다 뛰어난 조건의 남성’에 두기 때문이라는 게 듀오 측의 설명이다. 왕자님을 만난 신데렐라까지는 아니더라도 ‘혼테크’하는 여성의 ‘평범’의 기준은 평범하지 않은 듯.



# 혼테크족 최대 비호감 ‘개룡남(개천에서 용난 남자)’?
개천에서 용나기도 힘들어지는 세상이라는데, 제아무리 ‘사’자 붙은 전문직이라고 해도 혼테크족 여성들에게 자수성가한 개룡남(개천에서 용난 남자)은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듀오의 홍정옥 팀장은 “요즘엔 개업의가 다 성공하는 게 아니라서 가정환경이 열악한 의사는 예전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고 대신 페이 닥터가 인기가 많다”며 불황의 영향으로 최근엔 공무원, 공사 직원 등이 더 선호되는 경향도 있단다.

그런데 개룡남이 ‘비호감’인 것에 대해 실제로 소위 ‘개룡남’ 애인을 두고 있는 박지연(여ㆍ회사원ㆍ28) 씨는 좀 더 세심한 이유를 든다. “어려운 집 장남으로 수재소리 들으며 자라서 그런지 남자친구네 식구들이 그에 대해 기대치도 높고 경제적,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끔 이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순탄치 않은 시댁과의 관계가 그려진다.” 그녀는 이번 가을에 남자친구 몰래 맞선을 볼 계획. 상대는 교포2세 의사로 결혼하게 되면 미국으로 가야 하는데, 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던 그녀 입장에선 최고의 혼테크인 셈.


# 혼테크에 대한 진실과 오해

사실 혼테크는 여성들만의 것은 아니다. 남자들도 혼테크를 한다. 듀오의 홍정옥 팀장은 “예상외로 남성들이 여성의 나이보다 직업과 경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예전엔 여성의 나이가 남성들의 희망조건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젠 20% 정도다”하지만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케케묵은 인식의 DNA가 대물림된 것인지 사회적으로는 아직까지 결혼을 통해 인생이 결정된다고 여겨지는 것은 여성 쪽이 강하다는 게 커플 매니저들의 전반적인 의견.

어떤 이들은 혼테크 하는 여성들이 ‘어떠한 상황에도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 가치관을 가졌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혼인의 문화사’를 쓴 김원중 교수는 “고대의 결혼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으로 의도적 겹사돈이 성행하는 등 영악한 신분상승 도구였다”며 “지금의 혼테크 문화는 이기적이라기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합리적 가치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혼테크 아무나 하나? “우리 노력하는 여자야”
한 결혼 정보회사 관계자는 “IMF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최근도 그렇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회원수는 오히려 는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결혼보다는 연애가 더 소비적이라고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 때 안정을 택하려는 사람들의 본능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혼을 꿈꾸게 하는 것. 이러한 시대이고 보니 ‘결혼도 투자’라고 생각하는 혼테크족들은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다.

“회원들 중 더 좋은 곳으로 이직 후 혹은 성형수술 후에 다시 ‘혼활’에 전념하겠다고 잠시 만남을 보류하는 경우도 많다”고 서현아 매니저는 전한다. 또한 최근에는 자신의 의지로 가입하는 어린 회원이 늘었는데, ‘많은 이성을 만나봐야 이성을 잘 알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일찍부터 여러 사람들을 만나 좀 더 지혜롭게 혼테크에 임하겠다는 것이란다. 성형수술, 체중감량, 취업 그리고 이른 결혼정보회사 가입 등 이 모든 것이 적극적 ‘혼활’을 위한 여성 개개인 노력의 일환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내 남편의 조건

효율적 혼테크 의 강력한 조력자들인 커플 매니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제력보다는 그 남자의 비전과 성격 등을 꼼꼼히 파악하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한다. 커플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결과 경제력보다 화목한 가정 분위기, 형제간의 우애 등이 실제적으로 결혼생활에 더 많은 만족감을 준다는 것.
또 평범한 배우자의 조건이 대한민국 평범을 넘어서고, 마음에 쏙 들어맞는 남편을 만나기 위한 혼활붐이 일고, 결혼도 일종의 ‘비즈니스’라는 혼테크족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양보할 수 없는 배우자 선택 조건’ 1위에는 그 사람의 ‘성격, 곧 인간 됨됨이와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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