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7 인터넷 대란’ 발생 두 달이 지났지만 ‘좀비PC’의 망령은 아직도 인터넷 이곳저곳을 활개 치고 있다. 자신의 PC가 좀비PC인지 알지도 못한 채, 흔한 무료 백신 하나 없이 웹 서핑을 즐기는 네티즌의 숫자는 ‘7ㆍ7 인터넷 대란’ 이전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들 좀비PC가 인터넷 전체를 마비시키는 사태를 막고자 마련하고 있는 정부의 대책도 ‘나의 인터넷 사용 권한이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권 논란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PC 보안불감증, 슬그머니 제자리=국내 최대 컴퓨터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가 집계한 지난 두 달간 각종 제품 판매 및 다운로드 분석 결과는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의 변함 없는 보안 불감증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7ㆍ7 인터넷 대란’ 직후 평소 대비 3배까지 늘었던 유료 보안서비스 ‘V3 365 클리닉’ 판매량은 불과 두 달 만에 평소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유료 백신보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운 무료 백신도 마찬가지다.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인 심파일에 따르면 국내 대표 무료 백신인 알약의 다운로드 횟수는 최근 하루 평균 50여건을 밑돌고 있다. ‘7ㆍ7 인터넷 대란’ 직후 일 평균 200여건의 4분의 1로 뚝 떨어진 것. 이 같은 추세는 V3 라이트, PC그린 등 다른 백신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설치한 백신도 방치단계=더욱 심각한 문제는 ‘7ㆍ7 인터넷 대란’을 계기로 깔아놓은 백신 상당수가 업데이트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연구소에 따르면 V3 라이트 전체 사용자 대비 업데이트 비율은 8월 37%, 9월 44%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7ㆍ7 인터넷 대란’ 발생 직전의 46%보다도 다소 낮은 수치다.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주범으로 ‘좀비PC’ 문제가 집중적으로 언급되자 그동안 보안에 무관심했던 사용자들이 대거 백신을 다운받았지만 이후 관리에는 무관심하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변종이 생기는 컴퓨터 바이러스 특성상 백신 업데이트는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좀비PC를 양산하고 있는 국내 네티즌들의 마비된 안보불감증이 ‘7ㆍ7인터넷 대란’에도 결코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좀비PC 적극적으로 막아볼까… 인권 논란에 ‘글쎄’=정부는 DDoS로 인한 인터넷 대란을 예방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백신이 안 깔려 있는 PC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강제로 백신을 깔아주는 등 좀비PC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방안이다. 이는 주요 정부기관 또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DDoS 방어 장비를 구입, 좀비PC의 공격을 막아내는 지금까지의 소극적 대응 방법보다 한 단계 앞선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적극적 대응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두 달 전 ‘7ㆍ7 인터넷 대란’ 당시에도 강제 접속차단을 검토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인권’을 이유로 반발할 것을 우려해 정부와 인터넷 사업자 모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좀비PC의 인터넷 접속을 막는 방법은 DDoS 및 각종 사이버 테러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면서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건 말건 나의 접속 권리가 막혀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인권 논란에 이번 대책이 최종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