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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으로 갈수 없는 비열한 거리의 노래

2010-03-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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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김훈 지음/문학동네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

5개월 전 ‘공무도하’를 인터넷 포털에 연재하면서 김훈은 이렇게 얘기했다.

고조선의 노래처럼 모처럼 사랑노래인가 싶었는데 실은 비열한 거리의 얘기다. 홍수로 저수지가 붕괴되면서 마을이 잠기고 사람들의 악다구니와 싸움판으로 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는 시작된다. 구사하는 언어는 더 매섭고 적나라해졌다. 그 특유의 시니컬함도 그대로다. 일상의 반복 속에 숨은, 그래서 거의 깨닫지 못하는 말 속에 얹혀진 폭력적이고 야비하며 처절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의 언어는 날카롭다.

“물은 기어이 제 갈 길을 가면서 고루 퍼지는 것이고, 이 쪽을 막으면 저 쪽으로 몰리는 것인데, 물이 고루 퍼져서 양쪽 마을이 모두 물에 잠겼다면 그것이 기삿거리가 되는 것인지를 문정수는 데스크에게 되물어보고 싶었다”는 사회부 기자 문정수의  혼잣말이나 “이런 세상이라니, ‘이런’이라니. 그렇게 웃자라서 휘청거리는 말로 세상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를 노목희는 되묻지 않았다”는 출판사 직원 노목희의 말이 그렇다.

‘공무도하’는 김훈의 첫 장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제외하면 장편으로 오늘을 얘기한 건 처음이다. 농대를 졸업하고 취직한 뒤에도 노조현장을 맴돌다 연행된 뒤 집행부의 은신처를 대주고 풀려난 장철수, 남편과 이혼한 후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는 어머니에게 어린 아들을 맡기고 혼자 고향으로 내려가 식당일을 하는 오금자,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금붙이를 빼돌리고 신장병을 이유로 소방서에서 퇴직한 박옥출 등 인물들이 생생하다.

이들은 어딘가로부터 벗어나 해망이라는 조그만 바닷가 마을에 모여들게 되지만 또 다른 사건을 만난다. ‘해망’은  피난처지만 이곳 역시 더럽고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김훈은 작가의 말에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고 썼다.

이윤미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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