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대통령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2주째 흥행 정상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는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 등 세 대통령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임하룡(57)도 주연급으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뿜어내 인상을 남겼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의 남편 최창면 역을 맡은 임하룡은 자신의 대책없는 내조로 아내를 이혼 위기에 빠뜨리게 되는 상황과 이를 봉합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고 힘뺀 연기로 보여준다. 이제 임하룡은 개그맨이라는 느낌보다는 배우라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저에게서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쓰고자 하는 감독도 있고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끄집어내는 감독도 있다. 최근에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와 ‘내사랑 내곁에’처럼 새로운 느낌의 역할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도 웃기면서 애환 있는 역을 많이 한 것 같다.”
임하룡은 1999년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나이 차이가 많은 후배들이 자신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하차한 뒤 연극 제작을 하기로 했다. 이때 장진 감독을 만났지만 연극 제작은 돈이 많이 들어 포기, 연기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배우로 인식되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예능을 배제하고 10년간 11편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버텨온 것이 대중들이 이제 저를 연기자로 봐주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족한 점도 많고 큰 성공이라 할 수도 없다.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본다.”
임하룡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 외에도 ‘인사동 스캔들’과 ‘내사랑 내곁에’ 등 무려 세 작품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감초 연기를 넘어 로맨스와 같은 감성연기까지 선보여 영화관계자들에게 주목받는 배우이기도 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는 분위기와 표정으로 아내인 대통령 한경자와 쉽지 않은 감성연기를 이끌어나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찍으며 장동건은 겸손하고 고두심 누님은 분위기 메이커라는 사실을 알았다. 건강하고 박학다식한 이순재 선생님의 열정에는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충북 단양의 시골 출신이라 목소리도 구수하다. 임하룡은 보기와 달리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내성적인 면도 있지만 매사 긍정적이다. 인간관계도 조용하면서 폭넓다. 얼마전 아들의 결혼식에 온 하객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정도다. 영화 틈틈이 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근 아들 임영식과 함께 압구정동 씨네씨티 골목에 일본식 바 ‘나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중퇴한 임하룡은 원래 연극 배우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렵게 돼 야간업소에서 사회를 보며 생계를 책임졌다. 학창시절 응원단장과 오락부장을 도맡아 한 덕분에 야간업소에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명성이 TV 예능 PD들에게도 알려져 코미디물에 스카우트돼 80, 90년대 거의 20년 동안 학생이나 깡패 등의 캐릭터로 어필하며 콩트 개그계의 정상을 고수했다.
임하룡은 후배 개그맨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선배로 자리잡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연기를 하겠다는 임하룡은 “다양한 아버지 역을 하고, 악역도 한번 해보고, 정극을 많이 한 후에는 시트콤도 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