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블피쉬요? 밴드라고 록만 해야 하나요?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수 있는 ‘모둠’ 록 밴드죠.”
2004년 데뷔 후 한껏 발랄한 모던 록에서부터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 있는 발라드곡까지. 처음엔 모던 록이라는 장르를 걸고 시작한 4인조 밴드 럼블피쉬(보컬 최진이, 베이스 심호근, 드럼 박천휘, 기타 제로)는 차츰 록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음악 장르를 경계로 삼아왔다. 최근에는 ‘한사람을 위한 마음’, ‘이제 내게 다시’, ‘내사랑 내곁에’ 등의 리메이크 곡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럼블피쉬가 리메이크하면 뜬다’는 ‘공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2년간의 외도 끝에 드디어 럼블피쉬의 정규 4집 ‘One Sweet Day’가 지난달 발매됐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멤버들에게 큰 이정표가 될 의미있는 앨범이다.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 작업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2년이라는 의미있는 ‘휴식기’에서 뽑아낸 ‘성장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몇 배 더 많은 ‘공력’이 들었다. 직접 곡을 만들어야 하고 곡은 안 나오고. 이번 앨범 작업이 유독 길어진 이유다. 셀프 프로듀싱 앨범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프로듀서의 지시와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옆에서 보고 배운것을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 앨범이에요. 처음인 만큼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은 아니지만, 보람이나 뿌듯한 마음은 훨씬 큽니다.”(보컬 진이)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은 좀 더 대중적인 색채를 더했다. 이들 스스로 ‘모둠 록’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느낌의 곡들로 채워졌다. 특히 록음악의 느낌을 조금 덜어내고 편안한 멜로디의 곡들 위주로 짰다.
타이틀 곡으로 낙점된 ‘너 정말이니’는 보컬 진이의 깊고 성숙한 음색이 잘 부각된 애절한 발라드곡. 그동안 ‘예감좋은 날’, ‘으라차차’ 등 밝고 에너지 넘치는 럼블피쉬의 이미지와 언뜻 상반된 느낌의 곡이다. 주변에서는 ‘의외의 타이틀 곡이다’, ‘너무 대중적인 발라드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자 ‘럼블피쉬만의 음악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는 이들은 “되도록 많은 장르의 음악을 다루고 싶다”며 “밴드라고 ‘록’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한국에서는 밴드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밴드음악은 무조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만, 저희는 대중과 잘 타협하는 밴드예요. 색으로 표현하면 무지개색 이랄까요.”(드럼 박찬휘)
아무리 대중성을 더해도 여전히 타이틀 곡 외 ‘Let Me Love’ ‘One Sweet Day’ 등 여러곡에서는 여전히 ‘팔딱이는 물고기’ 같은 럼블피쉬 특유의 느낌이 묻어난다. 그 밖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기존 리메이크 곡 ‘내사랑 내곁에’ ‘한사람을 위한 마음’과 이번에 새로 수록된 ‘1994년 어느 늦은 밤’은 듣는 이들의 묵혀둔 감성을 한껏 적신다.
보컬 최진이의 창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예전에는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처리, 파워 보컬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힘을 빼고 수월하게 부르려 노력하는 등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보컬의 다채로운 창법에서 오는 다양한 느낌이 앨범을 풍성하게 만든다.
“스스로 저는 주관적 색채가 옅은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보컬로서 주관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럼블피쉬의 다양한 음악을 표현하는 데는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보컬 진이)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