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넘게 목청 높여도
바지 한 벌도 못팔아
한쪽선 명품 불티난다는데
절대적 박탈감만 깊어져
“오늘이 춥긴 뭐가 추워! 남대문시장 경기는 이것보다 더 추운데…, 경기가 회복된다고, 그런 말은 백화점에 가서나 해!”
한파가 불어닥친 3일 서울 남대문시장. 남성용 바지를 판매하는 상인 안상태(42) 씨는 이 정도 추위는 별 것도 아니라며 따뜻한 가게를 박차고 상점 밖에 판매대를 설치한 뒤 바지 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안씨가 “안감을 두껍게 넣은 따뜻한 기모 바지 보고 가세요! 기모 바지 있습니다”라고 목청껏 외쳐댔다. 가게에 앉아만 있으면 손님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분 넘게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높였지만 2만원 하는 기모 바지는 한 벌도 팔지 못했다.
안씨는 “뉴스에서는 매일 경기가 회복된다고 야단법석이지만 회복은 무슨….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바지 한 장도 못 팔았구먼…”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소비 회복 뉴스와 달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대문시장은 일찍 찾아온 추위처럼 싸늘했다. 남대문시장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한겨울인 것이다.
오후 3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삼익패션타운 상인 심선애(54) 씨. 빨간 니트를 보려고 손님이 찾아오자 점심을 절반밖에 먹지 못한 채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심씨는 손님에게 베이직 디자인과 리본과 큐빅이 붙은 니트 등 여러가지 상품을 보여주며 10분 넘게 흥정을 붙였지만 손님은 고개만 갸우뚱한 뒤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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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 남대문시장 내 삼익패션타운에서 여성옷을 판매하는 심모(54) 씨가 오후 늦게까지 손님이 없자 2만5000원짜리 니트의 가격표를 1만원으로 낮춰 팔고 있다. |
남대문시장으로 쇼핑 나온 가정주부 정재옥(53ㆍ남가좌동) 씨는 과거와 달리 인근 백화점보다 남대문시장을 먼저 들렀다고 했다. 정씨는 “경제가 어려워진 뒤부턴 비슷한 제품이라면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쇼핑한다”면서 “여전히 가계살림은 긴축경영 중”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바깥에서 본 아동복 매장과 털실 매장은 사람으로 북적였지만 상가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성남에서 왔다는 주부 송지영(30) 씨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엄마들이 남대문시장 애들옷이 저렴하다고 해서 처음으로 와봤다”면서 “춥긴 하지만 발품을 약간 팔면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르뎅 아동복상가에서 아동용 내복을 판매하는 이모(여ㆍ42) 씨도 “이것 저것 보고 가는 사람은 많은데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익숙한 때문인지 가격만 묻곤 그냥 가버리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경기가 심각하게 나빴던 지난해 가을과 비교해서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