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한 여대생의 발언 파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여대생에 대한 인신 공격과 학교 홈페이지 마비, 당사자와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의 사과에 이어 한 남자가 그 방송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KBS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물론 그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라고 이야기했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하지만 사적 취향을 넘어 단정적 의미를 지닌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는 발언을 녹화방송임에도 걸러지지 않은 채 ‘루저’라는 자막까지 넣어 방송한 제작진의 경솔함은 지적돼야 한다. 그러니 제작진의 사과 정도로 끝내는 게 옳다.
문제는 그 여대생의 발언 이후 이제 키 작은 남자들은 모두 루저가 된 것처럼 난리가 난 것 같다는 점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형국을 보면 딱 그 수준이다. 그 여대생은 표현에 무리가 있었지만 사적 취향을 표현한 데 지나지 않았다. 그 발언에 지나치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유치한 행위다.
게다가 그 여대생은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위치나 직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아직 전문적인 식견과 확고한 자기신념이 형성되지 않은 한 대학생의 한마디 발언을 두고 이렇게 후폭풍이 거세다는 건 우리 사회의 허약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그 여대생을 학교에서 제적시켜야 한다”면서 벌이는 서명운동은 코미디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루저 발언을 코미디로 즐기는 행위는 얼마든지 좋다. “톰크루즈도 루저(톰크‘루저’)” “이병헌은 회당 1억 버는 루저”라는 댓글을 달고 인터넷 쇼핑몰이 ‘루저극복코디법’을 알려주는 것이나 ‘루저송’과 ‘루저 웹튠’이 만들어지는 정도야 네티즌의 패러디 문화니 문제될 게 없다. 방송에서 밑밥을 던져주면 이를 놀거리로 만들어내는 네티즌의 재미 추구 방식이다.
하지만 그 여대생의 졸업사진 등 개인정보까지 샅샅이 들춰내며 마녀 사냥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정작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문제성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도 않으면서 여대생 한 개인에 비난을 퍼붓는 것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화풀이하는’ 행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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