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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진 “푼수연기? 처음에만 어렵죠”

2010-03-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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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진이 새빨간 립스틱에 뽀글머리 가발을 쓴 채 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 “사투리 연기는 30년만에 처음인데, 괜찮아유?” 뽀얀 얼굴에 짙게 그린 주근깨가 싫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더 짙게 그리자고 우기는 바람에 분장팀과 냉전 중”이라며 웃는다. “이런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요즘 너무 신이 났거든요. 요즘 셀카에 취미가 붙어서 하도 찰칵대니까 주위에서 핀잔을 많이 줘요.(웃음)”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로 눈물방울을 뚝뚝 떨기던 70년대 하이틴 스타. 그런 그녀가 예능계를 휘어잡는 ‘줌마테이너’의 대표주자로 떠오를 줄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요즘 그녀의 변신은 전방위적이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으로 출연하고 있고, 토크쇼 ‘세바퀴’로 토요일 밤을 후끈 달아 올린다. 일일극 ‘살맛납니다’에선 엉뚱하고 억척스러운 김점순 역을 맡았다. 사극도, 코믹 캐릭터도,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다. 시간이 없어서 바쁘기보다, 난생 처음 해보는 것들에 적응하느라 잠잘 시간조차 빠듯하다.


“제가 원래부터 되게 쾌활한 성격인 줄 아는데, 실은 부끄러움도 많이타고 유머도 없는 편이에요. ‘세바퀴’에서 큰 용기를 내 마릴린먼로 분장을 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에요. 담당 피디는 ‘덕분에 ‘세바퀴’가 아주 난리가 났다’고 띄워줬고요. 그 뒤로 홍영주씨에게 춤을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 요즘 뜬다 하는 걸그룹들도 한번씩 따라해 보고 했죠. 처음에만 어렵지 자주하다보니 별거 아니던데요.”

흔들리던 시기도 있었다. 집에서 ‘세바퀴’를 시청하다가 ‘백치예진’이란 대문짝 만한 크기의 자막을 봤다. 처음으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구라한테 이런 얘길 했더니 ‘누나 백치야? 아니지? 그럼 됐어’라며 간단히 정리해주더라고요. ‘너무 신경쓰지 마. 연연해하면 제작진도 누나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어요.” 함께 출연하는 조형기도 든든한 아군이다. 그녀가 우물쭈물하면 ‘괜찮아, 좋아’라고 격려해줬고, 제작진과 관객이 너무 지나친 걸 요구할땐 나서서 분위기를 정리해주곤 한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너무 강한 이미지가 굳어버리는 건 아닐까, 연기자로서 적당히 묻어가는 게 좋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도 끊이지 않는다. “딸한테 가끔 댓글 평가를 듣는데, ‘드라마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한대요. 한두명일지라도 시청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부담스럽죠.”

그래도 지칠 줄 모르고 일을 하는 건 집에서 딸의 방송을 샅샅이 보고 계신 노모와 일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게 해준 남편(MBC 최창욱 PD)이 있어서다. “엄마는 제가 많이 나오면 재밌는 드라마고, 안 나오면 재미없는 드라마래요.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죠. 엄마와 가까운데서 살려고 벌써 수십 년째 잠실을 못 벗어나요. 일산까지 지하철로 4시간씩 출퇴근하는 남편도 제 이런 속마음을 알고 잘 이해해줘요.”

한복이 좋아서 멀고 춥고 배고픈 사극 촬영을 마다않고, 극중 점순이가 좋아 촬영 후에도 좀처럼 가발을 벗지 않는 그녀. 자연스레 나이를 들어가는 임예진이 아름다운 것은 그런 열정과 관록, 친근함이 있기 때문이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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