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정이현 지음/문학동네
감각적이고 도시적인 작가 정이현이 새로운 이야기를 내놨다. ‘너는 모른다’(문학동네)는 단지이름만 가족일 뿐 헐거워진 관계로 일탈의 궤도를 돌고 있는 다섯가족 얘기다.
김상호와 진옥영 부부, 바이올린 영재인 열한살짜리 딸 유지, 김상호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혜성, 학교 앞 원룸에서 기거하고 있는 혜성의 친누나 은성이 그들이다. 상호는 골프장으로, 옥영은 친정으로, 혜성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로 저마다 집을 비운 어느 일요일 오후, 한강에서 알몸의 사체가 떠오른다.
작가는 다섯 가족의 시각으로 한 장 한 장 써내려가며 그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이 얼마나 이격돼 있는지 보여준다. 한울타리에 있지만 그들은 겉돌 뿐이다. 서로에게 타인보다 못한 이상한 일상에 일종의 균열이 생긴다. 딸 유지가 실종된 것이다. 그 깨어짐은 저마다의 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소리다.
평온한 일요일 오후처럼 눈깜짝 않고 실체를 있는 그대로 써내려가겠다고 작정한 듯한 작가의 담담한 글쓰기가 30대 독신녀의 통통 튀는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좀 다르다.
이윤미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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