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따’ 최정원ㆍ‘지붕킥’ 신세경 등
사랑보다 먹고 살기 바쁜 ‘생존형 캔디’
CEOㆍ의사 등 직업 전문화
기존의 수동적 여성상 벗고 스스로 의지로 삶 개척
최근 드라마에서 여성캐릭터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내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의 뒤를 이을 만한 전형적인 캔디과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있더라도, 과거 전형적인 ‘캔디형’은 벗어났다. 백마탄 왕자님의 구원에 목매기보단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존형 캔디’가 대세다. 이와 동시에 빈곤함의 대명사인 캔디를 벗어나,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생과 단둘이 서울로 상경해 식모살이하는 ‘지붕킥’신세경.
▶캔디+재벌남 공식 해체, ‘생존형 캔디’가 대세
전에는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생기발랄한 캔디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순진하고 착한 캔디가 그 매력을 알아보는 재벌남의 구애를 받는 ‘구원 판타지’가 다수였다.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판타지가 현실감을 입었다. ‘캔디’의 꿋꿋한 캐릭터는 살리되, 현실감 없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걷어냈다. 혹은 신데렐라 스토리는 기본으로 하면서, 캔디녀 판타지는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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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상승을 위해 팜므파탈로 변신한‘나쁜남자’한가인. |
김원 문화평론가는 “지금의 캔디들은 자신의 밥줄부터 생각하고, 처지부터 챙기는 태도가 기본”이라며, “사랑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성에 의존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현실의 반영이다. 계층별 ‘끼리끼리’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키다리아저씨(재벌남)의 구원 스토리는 지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가 21세기 들어 가장 큰 변화는 (특히 IMF 이후) 사회 불평등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사회 계층이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에서 신데렐라 판타지가 사라지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라는 전문직 여성을 연기한 ‘산부인과’장서희.
▶상위 1% 전문직 여성 캐릭터 봇물…재벌녀에서 CEO까지
기자, 동시통역사, 레스토랑 컨설턴트(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박진희 엄지원 왕빛나), 산부인과 의사(산부인과, 장서희), 의사(제중원, 한혜진), 재벌녀(부자의 탄생, 이보영), CEO(개인의 취향, 손예진), 골프 천재(버디버디, 서지혜)….
이처럼 생존형 캔디가 떠오름과 동시에,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공을 반영한 전문직 여성들의 고군분투기가 각광받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MBC 수목극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여주인공 3인방은 기자(박진희), 동시통역사(엄지원), 레스토랑 컨설턴트(왕빛나)로 상위 1% 전문직 여성이다. SBS ‘산부인과’의 장서희나 ‘제중원’의 한혜진 역시 전문직 여의사를 연기한다.
그 밖에 CEO, 재벌 등 드라마 속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직종의 금기도 깨졌다. 이보영은 3월 방송 예정인 KBS ‘부자의 탄생’에서 재벌녀를, 손예진은 MBC ‘개인의 취향’에서 20대 후반의 CEO를 연기한다. 성공을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헤쳐나가는 태도도 공통적이다. 가진 것은 없어도 꿋꿋한 캔디가 구원남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회경쟁에 뛰어든다. 기존 여주인공의 법칙을 깬 파격 변화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짧은 기간 내, 남녀 간 성역할 규범이 변화하고 있다”며 “캔디 캐릭터가 기존 성역할 규범과 조화를 이뤘다면, 이제 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여성상이 본보기로 기능하지 못한다. 한국사회가 (남녀) 성규범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을 드라마가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여성캐릭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여배우들의 비중 및 중요성도 높아졌다. 캐스팅보트도 여배우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여성상에서 벗어난 전문직 능력녀들이 주인공으로 부각되면서, 톱스타들의 연기 변신도 화제다.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인 배우 한가인은 5월 방송예정인 SBS 드라마 ‘나쁜남자’에서 신분상승을 위해서 자신의 매력을 적극 활용하는 팜므파탈을 연기한다. 재즈, 승마, 외국어 등 남자를 휘어잡기 위한 능력을 갖춘 매력녀다. 이보영은 ‘부자의 탄생’에서 짠순이 재벌녀로, 서지혜는 신작 ‘버디버디’에서 모든 조건을 갖춘 미모의 골프 천재로 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