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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신밀월시대> 중국 ‘북한경제 접수’ 가속도...北지하자원 싹쓸이
[단둥·옌지·투먼·훈춘=박영서 특파원]단둥(丹東) 압록강변에 해가 떠오르자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가 화물트럭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쌀, 밀가루, 의류 등의 생활물자가 트럭에 실려 북한으로 대량 들어갔으며 철광석, 석탄 등 북한의 지하자원을 실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트럭의 행렬이 이어졌다.

북한의 남양과 연결되는 두만강변 투먼(圖們)철교에도 화물을 가득실은 열차가 찬 공기를 가르며 북·중 국경을 오가고 있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은 두만강과 압록강 접경지대에서 보란듯이 협력을 가시화하고 있었다. 양국간 교역규모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과 중국간 교역액은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면서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80%에 가깝다. 특히 지하자원이라는 ‘창(窓)’으로 북·중 관계를 들여다 보면 대중 예속화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북한이 투자의 대가로 줄 수 있는 건 지하자원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북한에는 300여종의 광물자원이 분포돼 있고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유용광물만 140여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60억t으로 세계 1위다.,

옌지(延吉)에서 대북사업에 종사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서해의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서한만 일대에 대량의 석유가 부존해있고 희토류 등 희소금속의 매장도 상당히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뜸했다.

북한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도 지하자원 확보에 혈안이다. 지린성의 국유기업인 퉁화(通化)철강그룹은 지난 2007년 함경남도 무산광산의 철광석 채굴권(50년)을 획득했다. 1935년 일본 미쓰비시광업이 개척한 무산광산은 철광석 매장량이 7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둥(山東)성의 국유기업인 궈다황진(國大黃金)도 양강도 혜산시 구리광산 채굴권(25년)을 얻었다.

몰리브덴·석탄·아연 광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중국은 도로, 철도 같은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채굴권을 얻는 방식으로 북한 지하자원을 ‘싹쓸이’하는 형색이다.

자원 분야를 비롯해 중국의 대북 투자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남한의 ‘대북 5·24 조치’ 이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옌볜(延邊)위성방송의 이문성 PD는 “비록 북한이 천천히 움직이겠지만 중국기업에게는 사업적으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 현지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한국기업이나 한국인 무역상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훈춘에서 직원 1100여명을 고용해 속옷을 만들고 있는 연길트라이방직유한공사의 장운식 사장은 “중국 중개상을 통해 북한 나진에서 임가공해 한국과 외국에 제품을 수출했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중단된 상태다”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원활하게 풀리기 만을 기대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단둥 한국상회 이희행 수석부회장은 “단둥 지역에서 북한과 무역거래를 해왔던 한국인 사업가들이 졸지에 ‘백수’ 로 전락했다”면서 “사업아이템을 바꾸거나 아예 철수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이 위안화 경제권으로 급속히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북한 경제의 대중 종속화 심화는 북한과의 교류를 사실상 단절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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