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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 갓파더·워리어스 웨이…대작영화 이유있는 흥행 좌초
깃발도 꽂지 못하고 거함이 잇따라 좌초했다. 개봉 전 무려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기획에서 캐스팅, 촬영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던 한국영화 대작이 기대 이하의 부진한 흥행성적으로 간판을 속속 내리고 있다.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 나홍진 감독의 ‘황해’〈사진〉, 심형래 감독ㆍ주연의 ‘라스트 갓파더’ 등이 불운의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도 ‘워리어스 웨이’의 성적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12월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관객 44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종영했다. 동시개봉한 미국에서의 극장 매출은 565만6787만달러로 미국의 1인당 평균 입장료인 7.5달러를 감안하면 현지 관객은 고작 76만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황해’는 지난해 12월 22일 개봉해 최근까지 227만명이 봤고, ‘라스트 갓파더’는 같은달 29일 상영을 시작해 252만명을 갓 넘겼다. 설연휴를 노린 신작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두 영화의 상영관은 급감하고 흥행속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려 더 이상 의미있는 관객 수 증가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ㆍ미 합작영화인 ‘워리어스 웨이’는 총제작비가 5200만달러(580억원)로 한국에서 최소 400만~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미국에서 수천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야 본전을 찾는 작품이었다. 제작비 150억원의 ‘라스트 갓파더’와 130억원의 ‘황해’ 역시 손익분기점이 관객 400만명대다. 세 편 모두 큰 적자다.

흥미로운 것은 공교롭게도 이들 3편의 영화가 모두 ‘할리우드’를 문패로 내건 작품이라는 것이다. ‘워리어스 웨이’는 한ㆍ미 합작에 영어로 촬영된 장동건의 미국 진출작이었다. ‘라스트 갓파더’는 ‘디 워’ 이후 심형래 감독의 할리우드 도전 2탄 격인 작품이었으며, ‘황해’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폭스의 계열사가 투자했다. 더 이상 한국영화에 찍힌 ‘할리우드’라는 인장이 국내팬들에겐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 것이다.

스타파워에 대한 과신과 과거 영광에 대한 집착도 ‘실패한 기획’을 낳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장동건의 이름만으로 동원할 수 있는 관객 수는 한계를 노출했다. ‘라스트 갓파더’는 ‘디 워’의 영광도, ‘영구’의 전설도 재현하지 못했다. ‘황해’가 누린 ‘추격자’의 후광도 기대 이하였다. 


영화평론가 이상용 씨는 “ ‘황해’는 사실에서 취한 소재가 매력적이었지만 영화의 흐름이 중후반부 장르의 전형적인 공식으로 급격히 회귀하면서 현실감을 잃었다. ‘라스트 갓파더’는 80년대 TV에서 보여줬던 영구 코미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해 젊은 세대에겐 낯설거나 낡은 느낌을, 나이든 세대에겐 식상한 느낌을 줬다”고 평했다. 이어 “반짝 효과는 있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 흥행 흐름에서 지속적인 ‘스타파워’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관객은 스타보다는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의 연기를 중요시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들 영화는 작품과 이야기가 대규모 관객을 끌어모으기엔 힘이 부쳤다. 이 씨도 “규모나 마케팅 등의 물량공세가 적어도 400만~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며 “시대와 관객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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