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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죽고 싶지 않아요"...한 일본인의 마지막 트윗 "뭉클"
그는 ‘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일본인이었다. 지금 그가 있는 그 곳은 전세계를 놀라게 한 ‘대재앙’의 여파로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조차 악몽으로 들리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아라하마를 강타한 대재앙은 이제 4만 여명의 피해자를 내고 있다. 강도 9.0, 지난 100년의 역사상 4번째 규모의 지진이라고 기록된 이번 참사는 곧이어 쓰나미를 불러왔다.

이번 지진을 겪으며 전세계인은 SNS로 대동단결했다. 많은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는 수많은 기도의 소리에 집중했다. 위기의 순간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글들이 쏟아졌다. 휴대전화 불통 속에서도 그리운 이들의 안전을 먼저 확인해준 것은 전세계로 뻗어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그러한 와중에 퍼져나가고 있던 한 일본인의 트위터 글은 ‘절규’에 가까웠다. 

고요했던 일상으로부터 시작되던 그의 트위터는 하루 사이 달라졌다. 아이디 uchida0hige를 사용하는 이 일본인의 트위터 글은 국내의 수많은 트위터리안들을 통해 리트윗(퍼나르기)되며 11일, 악몽으로 남아있고 여전히 이어지는 참혹한 그 날의 기억으로 이끌고 있다.

이시카와현 소재의 카나자와에 거주했던 그는 지진 발생 하루 전인 10일 이사를 갔다. '센다이'시로였다.

그는 이사를 가던 날 “잘있어라 나의 집, 카나자와, 좋은 동네였다. 좋은 사람들만 만났고, 고마워 카나자와”라는 글을 남기며 설레는 걸음을 옮겼다. 이내 그 걸음에 짙은 어둠이 도사리게 될 줄을 그는, 그리고 센다이시의 시민 그 누구도 예감치 못했다.

새롭게 뿌리를 내리게 될 터전에서의 첫 소감, 웃음과 함께 그는 센다이로의 도착을 알렸다. “눈의 질이 다르다”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진은 이내 센다이를 강타했다. 아무리 재난에 익숙한 일본인일지라도 두려움은 있을 터. 그래도 발생 시점에서는 담담했다.

“죽는 줄 알았다”는 문장으로 그는 트윗을 시작했다. “우리집은 신축이라 무사했습니다. 쓰나미 오지마라.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계셔서 피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정전, 수도도 나오지 않는다. 부모님이 무사해서 다행이다”면서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이내 평정을 찾았다. 이 때까지는 그러했다. 쓰나미가 오고 나니 목소리는 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는 줄 알았다’던 문장은 이내 ’죽고싶지 않다’는 절규로 이어지게 됐다.

그는 “쓰나미가 왔다. 진짜...끝났다. 죽고 싶지 않다. 울고 싶다. 누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인생 최고의 날이었는데 최악의 날로...가족을 무사히 구해야 한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잘가라 나의 집. 죽고 싶지 않아”라는 글은 그의 마지막 트윗이었다. 절규에 가까운 이 글은 손에 손을 타고 전해지며 수많은 트위터리안의 가슴에 뭉클한 흔적들만을 남기고 있다.

일본 열도를 강타했던 이번 쓰나미의 위력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쓰나미의 공포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담담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뉴스에서는 집안에 갇혀있다 42시간 만에 구출된 한 노인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에서의 그는 설핏 웃고 있었다. “칠레 쓰나미도 경험했으니까 괜찮아요. 또 재건합시다. 우리들이 이제부터 무엇을 할지가 중요해요”라고 그는 담담히 말했다.

이 차분한 과정을 지켜보던 세계인은 그들의 침착함에 놀라워하면서도 뒤이어 전해진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폭발 속보로 한 번 더 심장의 뛰는 박동을 느껴야만 했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무려 38만명,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인근 주민 약 21만명은 위험지역에서 한시바삐 대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방사능 공포’라는 이름으로 다시 온 일본 지진의 여파였다.

NHK의 아나운서는 이 피해상황을 묵묵히 읽어내려가는 도중 “스트레스로 모유가 나오지 않는 여성이 24시간 마트에서 줄을 서 우유를 손에 넣었다”고 전한 뒤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방송사고 같은 상황이었지만 뉴스를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그 아나운서가 눈물을 삼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이날의 악몽은 13일 오후 7시 기준 사망자 1500명, 실종자 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희생자는 무려 3, 4만명이 달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끝이 없다. 인명피해 못지 않게 산업계의 피해도 막대하다. 강진 발생으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규모는 최소 100억달러, 최대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보험업계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지진에 따른 피보험손해 액수가 최소 145억달러에서 최대 346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의 지원도 일본으로 향하고 있으나 3일 내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한 번 더 온다는 예측은 일본을 한 번 더 두려움과 불안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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