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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연 편지, 가짜-자작극...그는 왜?
'장자연 편지' 사건을 조사해온 경기지방경찰청과 경기 분당경찰서는 16일 논란이 된 편지가 제보자 전모씨(31)의 자작극으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자연 편지'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문서는 고 장자연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과수는 이날 오전 서울 신월7동 국과수 본원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편지 원본은 장자연의 필적과 상이하다"고 밝혔으나 "광주교도소에서 전모(31)씨로부터 압수한 적색의 필적과는 동일하다"고 유사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두 필적과 전씨의 필적이 동일한지 여부는 “비교 문건이 정자체와 흘림체로서 대조자료로서 부적합하나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기재하는 습성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국과원은 ▷장씨의 필적 ▷광주교도소에서 압수한 전씨의 적색 필적 ▷ 장씨의 친필이라고 주장 돼 온 편지 원본 세가지와 2009년 3월 분당경찰서에서 의뢰받아 보관중이던 장씨의 친필 노트 5권을 필적자료로 활용했다.

경기경찰청과 분당경찰서는 지난 9일 장자연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교도소 수감자 전모(31)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장씨의 친필 편지 주장이 제기된 편지 23장을 확보해 국과수에 필적 및 지문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원은 장씨의 편지라는 원본 24장과 전씨 아내 및 아내 친구 명의로 작성된 편지 10장을 비교 분석하며 필적 감정을 해왔다.

■ 잘못된 맞춤법이 친필 여부 결정

양후열 국과수 문서감정과장은 16일 “장씨의 필적은 ‘요’자가 한획으로 쓰여진다. 편지에는 ‘효’와 ‘요’가 혼용된다. 전씨의 필적은 ‘요’만 쓰였으나 정자체로 쓰였다”며 “전씨의 적색 필적은 필압이 강하며 경직돼 있지만 장씨의 필적은 필압이 약하며 유연한 편”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맞춤법이었다. 편지에서 장자연의 필적은 ‘요’자가 한획으로 쓰여졌지만 편지에서는‘효’와 ‘요’가 혼용된 것이 확인됐다. 전씨의 필적은 ‘요’만 쓰였으나 정자체로 쓰였으나 “전씨의 적색 필적은 필압이 강하며 경직돼 있지만 장씨의 필적은 필압이 약하며 유연한 편”이라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빠’를 쓰는 방식에도 편지와 장씨의 필적은 정필 부분에서 다르며 장씨의 필체는 흘림체와 정자체를 혼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거짓말’ ‘거짓’ 등에서 ‘짓’의 받침 ‘ㅅ(시옷)’을 ‘ㄷ(디귿)’으로 기재하고 ‘안 해’, ‘안 돼’ 등의 ‘안’의 받침 ‘ㄴ(니은)’을 ‘ㄶ’으로 기재하는 등 잘못된 맞춤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문장의 마지막에서 말줄임표와 물음표 등을 기재하는 습성이 공통으로 발견됐다고 국과수는 밝혔다.

■ ’망상장애’ 완첸첸이 편지 조작...그는 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6일 ‘장자연 편지’가 故장자연씨의 친필이 아니라는 필적감정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장자연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며 장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교도소 수감자 전모(31.가명 왕첸첸)씨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장자연의 편지가 가짜라면 이는 전모씨의 자작극이라는 이야기였다. 

경기도 수원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지난 7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경찰은 고 장자연의 편지는 광주교도소에서 2년간 수감 중인 전모(31, 가명 왕첸첸)씨가 편지를 조작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대망상'과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전모씨는 “장자연에 대한 소식을 신문지상을 통해 접한 뒤 고인 관련 사실을 습득해왔으며 언론에 공개된 고인의 자필 문건을 본 후 필적을 연습해 편지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밝히며 “같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들의 편지봉투를 복사해 새로운 편지를 조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전씨의 전력 및 심리 상태, ▷성장 과정에서 생활권이 달랐다는 점, ▷면회접견 등 접촉이 없었다는 점, ▷우편물 수·발신 기록이 없다는 점, ▷편지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 ▷편지 작성의 습관적 패턴, ▷편지봉투 위작, ▷국과수의 필적감정·지문·DNA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어 경찰은 “고인의 친필편지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재수사가 불가능하지만, 범죄혐의가 의심되는 새로운 수사단서가 확보되는 경우 언제라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무려 50통, 231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장자연 편지’를 전모씨는 왜 ’조작’했을까 하는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범죄전문가들은 장기간 독방을 쓴 ‘망상장애’ 문제수라는 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자기의 공상을 실제의 일처럼 말하면서 자신은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병적인 증상인 작화(作話)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망상장애의 전씨가 장씨 자살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집중적으로 본 뒤 장씨 필체를 모방하고 작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씨는 전씨 자살후 17개월이나 독방에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가 ’장자연 편지’와 관련 스스로 조작 여부를 밝힌다 하더라도 형사처벌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전씨는 지난해 장자연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에 장자연이 언론사 대표, 대기업,기획사, 감독 등으로부터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형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죄가 검토될 수 있으나 전씨는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했을 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어 경찰은 사자의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가짜 판정에 누리꾼 반응은?..."'싸인'의 박신양이었다면?"

“싸인을 보고 나서일까...국과수가 과연 정말 있는 그대로 말하는 곳이냐에 대해서 조금은 의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고 장자연씨 친필 편지가 아니라네요.. 난 왜 국과수를 믿지못하고 SBS 드라마 싸인 1회, 2회가 생각나는 걸까요?”

2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장자연 사건'은 수사 7일 만에 거짓 판명이 나며 또다시 사건 바깥으로 사라지게 됐다. SBS를 통해 최초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편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SBS 드라마 ‘싸인’에서 박신양이 연기한 ‘윤지훈’은 거대 권력 앞에서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밝히려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종영과 맞물려 장자연의 친필 편지로 추정되는 문건이 등장하며 진실규명에 대한 누리꾼들의 요구가 극에 달했다.  

이날 필적감정 발표 이후 누리꾼들은 "국과수의 장자연 친필이 아니다란 발표에 타임라인 반응 대부분 그럴줄 알았다네요. 그동안 어떻게 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걸까요?" "고 장자연씨의 편지가 친필이 아니라는 국과수 발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가 믿기지 않는 저는 권력 음모론에 파묻힌 키보드 워리어일까요? 아니면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이성적 사고 일까요?" 라는 등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장자연 편지는 가짜라는 국과수 판정이 나왔다. 편지가 가짜인가 아닌가보다 그 내용을 수사해주길 바란다. 제보가 있으면 사실여부를 수사해야지 제보편지가 가짜라는 건...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라고 고 장자연 씨 사건 자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양후열 문서영상과장은 “장자연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A씨에게 장자연이 보냈다고 추정되는 편지 원본과 장자연의 필체, 그리고 A씨의 필체를 대조해 본 결과 편지 원본과 장자연의 필체는 전혀 다르다”고 발표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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