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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수’ 스포일러 극성…임재범 박정현은?
#1. 박정현(35)은 지난 1998년 가요계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음악팬들 사이에서 ‘주변부’로 머물지는 않았지만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1등이라고 불릴만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지금 박정현은 자신의 음악인생에서 분명한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이것은 음악을 주제로 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진 덕이다. 어느 한 순간에 떠오른 ‘반짝스타’가 아니다. 그렇기에 박정현의 수명은 길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절정’이다.

#2. 그는 절박하다. 절박하고 절절하며 피를 토하듯 노래를 부른다. 지금까지의 임재범(48)은 가요계의 아웃사이더라 불러도 무방했을 정도다. 가창력으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 가수 임재범, 대중이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몇 해전 화제가 됐던 탤런트 손지창과 얽힌 가족사와 거친 음색의 카리스마가 전부였는지도 모르겠다. 임재범은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면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여기 ‘나는 가수다’에 섰다. 그러자 대중은 그를 ‘가왕’으로 모셨다.

이 두 사람은 지금 ‘나는 가수다’를 이끄는 큰 축으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새로운 멤버 임재범 김연우 BMK가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합류한 뒤 세 번째 녹화가 진행됐다.

숱한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나는 가수다’, 한 달 만에 재개된 방송에서 ‘충격’에 가까운 음악적 역량을 발휘한 가수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놀랐고 기뻤다. 기대감은 점차 커졌다. 국내 음악방송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퀄리티의 음악들이 쟁쟁한 가수들의 목을 통해 전해졌다. 한 마디 한 마디를 꾹꾹 내리누르듯 불러내는 가수들의 경연에 현장의 청중평가단은 숨죽였고 시청자들은 눈과 귀를 모니터 안으로 집중시켰다.


이미 앞서도 월요일 저녁 ‘나는 가수다’의 녹화가 끝이 나면 온라인에서는 프로그램의 스포일러가 극성이었다. 손에 손을 타고,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방송 재개 이전의 스포일러는 대체로 적중하기도 했고, 얼토당토 않기도 했다.

이번 9일 녹화분에서도 ‘나는 가수다’에 대한 그치지 않는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듯 어김없이 스포일러가 등장했다.

이 스포일러에 따르면 이날 가수들은 이소라를 시작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곡들을 불렀다. 1위는 부활의 ‘소나기’를 부른 박정현, 그 뒤는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른 임재범이었다. 3위부터 6위까지는 조관우의 ‘늪’을 부른 김범수가 3위를 차지했다. 공동 3위였고, 다른 3위의 주인공은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부른 이소라였다. 5위는 김연우다. 그는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불렀고, 6위에 오른 이는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른 BMK였다. 재개한 ‘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는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부른 윤도현이었다. 어디까지나 스포일러이지만 온라인은 이 스포일러로 인해 여전히 시끄럽다. 누리꾼들도 짜증스러워 하면서도 이 스포일러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면 두 사람의 순위다. 박정현과 임재범, 지금 ‘나는 가수다’의 출연자 중 가장 ‘핫’한 두 사람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는 부분이다.


실상 박정현의 히스토리는 ‘노래 잘하는 R&B 가수’로 시작한다. 처음 앨범을 발매하던 당시 박정현의 여리면서도 힘이 넘치는 창법과 그 특유의 목소리가 ‘편지할게요’를 통해 흘렀다. 굳이 절절하진 않았지만 빈 곳을 메어주는 감정들이 존재했다. 이국땅에서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을 들으며 성장한 박정현은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가사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런 박정현은 비록 ‘가사’는 모를지언정 뿌리깊은 정서는 갖췄다. 데뷔 이전 임창정과의 노래 배틀 사연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숱하게 전해졌다. 어차피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런 박정현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자 시너지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현은 처음 등장할 당시 교포2세라고 명찰이라도 붙인 듯한 이미지를 안고 왔다. 이 낯섦은 잠시였다. 박정현은 이내 소소한 감정이 담긴 노래들('애니', '미용실에서', '친구처럼', '위태로운 이야기')을 들고나와 비어있는 우리네 감성을 채워줬다. 그는 단시간에 성장한 가수가 결코 아니었다. 스스로가 말하듯 CCM부터 재즈까지 수많은 장르 위를 노닐고 그러기를 바라는 박정현의 진가가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을 만나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다. 박정현은 또한 말을 하듯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다. 박정현에게 노래하는 무대가 발레리나의 그것이었다면 그는 프리마돈나이며, 그 곳이 연극무대였다면 그는 여우주연상감이다. ‘한국의 머라이어캐리’여야 하는 탓에 박정현의 감정에 절제의 미학은 없지만 흘러넘치지 않는 미덕은 갖췄다. 박정현이 이 무대에서 여전히 주인공인 이유이기도 하다.

임재범은 여러 가지로 대중을 놀라게 한다. 먼저 대중은 그의 압도적인 무대에 놀랐다. 토해낼듯 뱉어지는 음정과 가사들이 절박했다. 정제되지 않은 듯 거친 짐승남의 울음은 메아리되어 돌아왔다. 여기에서 ‘정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다듬어지지 않음'이 아닌 ‘틀에 규정되지 않은’이라는 의미다. 그의 무대에 가수들 모두 최고라고 입을 모으고 헛웃음을 짓는다. 청중평가단은 표정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임재범의 무대에는 달리 설명할 문장이 부족하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이 남자에겐 사연도 많다. 암투병 중인 아내, 그 아내를 떠올리며 떨어뜨리는 눈물,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려 아내의 병환을 묻고 있는 남자였다. 가슴으로 피를 토하듯 노래할 수밖에 없는 그는 가왕이었다. 이 스토리가 구구절절 전해졌다. 급기야 임재범의 어깨 위로 걸쳐진 헤드폰마저 화제가 된다. 고단한 삶의 나날들이 가왕의 ‘3만8000원’이라고 추정되는 헤드폰에서 비어져나온 솜뭉치로 치환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며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날들, 어린 딸에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 투병 중인 아내가 웃기를 바라며 흘리는 눈물, 40도의 고열에 목소리가 다하더라도 무대 위에서 쓰러지겠다는, 그렇다 하더라도 무대를 떠나지 못하겠다는 임재범의 소리는 ‘나는 가수다’를 변화시키고 있다. 스토리와 실력이 만나니 대중은 반응했고 프로그램은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는 진화 과정에 놓여지게 됐다.

이번 녹화분의 스포일러에서 ’나는 가수다’의 두 출연자 박정현 임재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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