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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범도 그 앞에선 '순한 양'..누구길래
“(임)재범이 형? 무섭죠. 그런데 저한테만큼은 친동생처럼 잘해주더라구요.”

‘천하의’ 임재범도 그에겐 순한 양인 셈이다. 뮤지션 정지찬(사진)을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6년 제8회 유재하가요제 대상 수상자. 자화상, 휴, 주식회사, 정지찬, 최근의 듀오 원모어찬스까지 다양한 이름을 내걸고 활동했지만 ‘가요계의 대세’가 된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 그는 MBC TV ‘나는 가수다’의 음악 감독이다. ‘나가수’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 판도를 역전시킬 변곡점이자 돌풍이고, 그 중심에는 7명의 가수와 한 명의 정지찬이 있다. ‘지금부터 공연입니다. TV에서 음향모드를 음악모드로 바꿔주세요.’라는 자막을 낸 TV 프로그램은 적어도 지금껏 없었다. 화려한 조명이 비껴간 곳, 음향 콘솔 뒤를 자처한 뮤지션 정지찬을 19일 오후 홍익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모드로 바꿔달라’는 자막은 하나의 선언이랄 만큼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참…. 표준모드(일반모드)가 제일 듣기 좋더군요. (인터뷰 초반부터 ‘한 방’ 맞는다.) 막상 방송용 음향 믹싱을 끝내고 TV 수상기로 들어보니 음악모드는 저음이 너무 강조돼 원음이 왜곡됐어요. 제가 생각한 그 음악모드가 아니었죠. 많은 집에서 사람 음성의 주파수 대역만 강조된 뉴스모드로 TV를 보는데, 이것보다는 음악모드가 낫겠죠. 하지만 표준모드로 들을 때 연주와 노래가 잘 조화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공간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 가장 압도적인 보컬은 누구였나요.

▶아, 대답하기 곤란한 얘깁니다. (보채자) 굳이 꼽으라면 임재범씨. 베스트 앨범 녹음할 때 편곡자로 인연이 닿아 스튜디오에서 처음 접했는데 엄청나더라구요. 가사 없는 가이드 녹음이었는데도 굉장했죠. 톤이 너무 좋았어요. ‘나가수’하면서 무대 위 라이브를 봤는데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전문공연장이 아닌 공간(MBC 일산 드림센터 공개홀)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잡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하죠. ‘음악중심’ 등 다른 프로그램을 수시로 찍기 때문에 ‘나가수용 음향 장비’는 녹화 당일(월요일) 새벽부터 부랴부랴 설치합니다. 스피커의 방향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사실은 스피커가 지금보다 무대 쪽으로 더 나와야 하지만 화면을 가리니 그럴 수 없죠. 그래도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쳐 공연장 수준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녹화 당일 외에 언제 어디서 음악적인 준비를 하나요. 7명이나 되는 대형 가수들의 음악적 자존심을 조율하기 쉽지 않겠죠?

▶연습실을 하나 빌렸어요. 7명의 가수를 차례로 부릅니다. 7분의 가수, 7분의 편곡자, 7분의 기획사 식구들까지. 기획사 분들은 각자 소속 가수가 돋보이는 걸 원하죠. 서로의 의견이 충돌할 때면 헌법이란 게 이래서 필요했구나 싶어요.(웃음) 모두 윈윈할 방법을 찾으려 머리를 싸매죠. 일례로 이번에 한 출연자가 오케스트라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어요. 설득했습니다.

-단도직입하겠습니다. 이번 방송(22일분)에서 누가 탈락하나요.

▶아아…. (순간 눈이 커지며 짓는,사람 좋은 웃음. 이게 설득과 조율의 비결인 듯.) 순위 발표 때 녹화장을 나와버려요. 결과를 알면 다음 경연에 영향을 끼치더라구요. 지난 번에 순위 낮았던 출연자 앞에선 ‘이번엔 잘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죠. 누군가 결과를 말해준다고 하면 “얘기하지마”하며 귀를 막아버려요. 다음 녹화 때 ‘이 사람(탈락자)이 왜 없지?’ 하기도 해요. (웃음)

-음악감독 맡으며 참고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오페라스타’는 맡기 전부터 봤어요. 준비하면서 베이비페이스의 MTV 언플러그드를 여러 번 돌려봤어요. 스티비 원더나 존 메이어의 공연 실황 영상도 많이 봤죠. 맡기 전엔 “우리나라에선 왜 그렇게 안돼요?”라며 묻고 다녔는데 와보니 알겠더군요. 그래도 이제 노하우를 스스로 터득한 부분이 많아요.

-음악 감독으로서 ‘나가수’ 최고의 명장면은 뭔가요?

▶우연히 화면에 잡히더라구요. 임재범씨가 ‘너를 위해’를 부르고 내려오며 밴드 멤버들과 정중히 인사 나누는 장면. 이 부분이 프로의 정수를 단적으로 보여준 명장면입니다. 일반 대중들도 이제 편곡과 연주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외국 곡만 카피하던 베이스기타나 드럼 동호회 분들도 ‘나가수의 곡들을 해보자’는 움직임이 있더군요. ‘홍준호가 쓰는 기타, 서영도가 들고 나온 베이스가 뭐냐’는 문답이 오가기도 하고. (윤)도현이랑 ‘이런 록음악이 이 시간대에 나간 적이 있었나’며 감개무량해하기도 했죠. 지금 중국과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잘하면 새로운 한류 콘텐츠가 될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녹화장에 가면 저도 청중평가단과 같은 심정이 됩니다. 모든 곡이 ‘이 세상에서 처음 발표되는 음악’인 셈이어서 집중하게 돼죠. 자극이 됩니다. 원모어찬스 멤버로서 공연하고 정규 앨범도 7월 전에 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저도 음악적으로 모든 장르에 다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사진 제공=스노우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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