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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립덥(Lip-dup)을 아시나요?
반값등록금 촛불 집회가 열렸던 10일 청계광장. 본격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5시께 청계광장 한쪽 편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학생들이 몰려든 곳에는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서있었다. 미리 준비해온 스피커에서는 윤도현밴드(YB)의 노래 ‘나는 나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러분 노래 다 외워 왔죠? 못 외운 사람 있으면 옆 사람이 꿀밤 한대씩 줘요. 작게 부르면 더 쪽팔려. 크게 당당하게 부르자고” 탁 교수의 유머 섞인 한마디 한마디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선 웃음꽃이 피어났다. 노래 만이 아니었다. 각 가사마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촛불집회 현장서 ‘반값등록금 립덥’ 제작= 언뜻 보면 학생들의 단체 공연을 준비하는 듯 한 모습. 하지만 이날 탁교수와 학생들이 준비하던 것은 다름 아닌 ‘립덥(Lip-dup)’ .립덥은 ‘립싱크’와 더빙의 합성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기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물을 말한다.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물 촬영 방식으로 수십명 이상이 영상에 한꺼번에 출연하며 끊김없이 ‘원테이크’로 촬영을 한다. 탁 교수는 이날 집회에 참석한 200여명의 학생, 시민들과 함께 YB의 ‘나는 나비’ 립덥을 제작했다. 일명 반값등록금 립덥이었다. 

탁교수는 촬영 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촬영은 집회가 아닌 예술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는 “과거의 집회는 과격하고 격정적인 시위나 소극적이고 법의 틀 안에 놓여있는 1인 시위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젠 집회 장소가 문화를 즐기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촬영도 그 일환이다. 대중들과 함께 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시위를 지지해온 탁 교수는 ‘반값등록금 립덥’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 나라 교육의 비참한 현실”을 전할 계획이다. 

▶격식 따윈 없어. 자유롭게 즐겨봐…1020세대 립덥 인기↑=립덥의 가장 큰 매력은 격식없는 자유로움이다. 물론 촬영을 위해 동선 등을 미리 계획해야 하지만 정해진 형식은 없다. 서구권 젊은이들 사이에서 활성화된 립덥은 자신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발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립덥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등록금립덥 제작에 나섰던 탁 교수는 지난 5월 자신이 강의를 맡고 있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학생 수십명과 함께 빅뱅의 ‘붉은노을’ 립덥을 제작해 유명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단국대학교 학생 250여명이 팝송 ‘The great escape (위대한 일탈)’에 맞춰 제작한 ‘단국대립덥’과, 제주서중학교 학생들이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기원하며 제작한 립덥 ‘제주도 좋은 걸’도 유튜브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10일 촛불집회에서 립덥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이종수(31ㆍ회사원)씨는 “립덥이라는 용어를 오늘 처음 들어봤는데 매우 흥미로운 촬영이더라. 학생들의 발랄한 모습이 보기좋았다”고 말했다.

권효진(29ㆍ대학원생)씨는 “미국에서 유학을 할 당시 외국인 친구들과 립덥 촬영을 해본 적이 있다. 마치 가수가 돼 뮤직비디오를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박수진@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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