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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한류 ‘Made in~’서 ‘Made for~’시대로
SM타운의 성공적인 파리 공연은 큰 문화적인 의미와 함께 숙제도 남겼다.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은 미국 뉴욕이지만 서양 역사ㆍ문화의 중심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이다. K팝이 유럽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아닌 현지 유럽인들을 매료시켰다는 건 문화적으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소녀시대, 동방신기에 이어 앞으로 빅뱅, 2NE1이 유럽에서 공연한다면 환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팝의 경쟁력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유럽에는 없는 한국형 아이돌=우선 유럽에는 한국 아이돌 같은 가수들이 없다. 영국 음악은 밴드가 발달돼 있고 프랑스는 가사 음미형이 대부분이다. 한국 아이돌처럼 춤과 노래, 비주얼이 돋보이는 퍼포먼스형 가수는 드물다.

기획형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은 일본이나 중국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10대 시절부터 외모가 되는 ‘애’들을 뽑아 3~7년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다 보니 아이돌 자체가 하나의 ‘완결체’로 만들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유럽과 미국 등지의 작곡가에게 서양인에게도 통할 만한 감성의 음악을 만들게 했다. 여기에 스타일리스트의 외모 가꾸기가 합쳐지자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 돼버린 것이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한류의 3단계 발전 전략에 따라 스타 양성 시스템을 확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SM의 가수 양성 시스템인 CT(문화기술ㆍCulture Technology)를 단계적으로 적용시켰다.

한류 상품을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1단계와 한국인과 현지인(외국인)을 섞은 팀을 만들어 수출하는 2단계를 거쳐 SM의 노하우로 외국에서 가수를 양성하는 CT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3단계에 진입한 상태라는 것이다.



▶K팝 세계화,난관 적지 않아=K팝의 세계화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유럽의 일반 대중에게 완전히 침투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K팝의 확산에는 유튜브 동영상과 트위터나 페이스북 메시지가 크게 기여했다. 유튜브에 담기에는 가창력이 뛰어난 아티스트형 가수보다는 시각과 청각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돌형 가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인터넷을 통해 이를 맛본 유럽 등 외국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K팝이 확산된 것이다. 따라서 SM 파리 공연에 서양인들이 몰려 열광했다고 해도 결국 마니아 수천명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 극소수의 K팝 마니아와 K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대다수 대중, 이것이 K팝 한류의 현실일 수 있다. 물론 K팝의 유럽 공략 첫 단계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수 없기는 하다.

유럽 문화는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유통구조가 강한 지역이다. K팝이 현지 주류 매체의 관심을 받는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소녀시대 노래가 영국 UK 차트에 진입하고 유럽에서 CF 모델로까지 등장해 현지 주목도가 더 높아진다면 주류 시장에서의 마케팅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우리 음악과 문화가 유럽에서 계속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이슈와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국가 지원을 받은 대형 기획사의 산업적ㆍ경제적 접근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세련됨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능적으로만 뛰어난 상품에 머무를 수 있다.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거의 없지만 아이돌 소비 시장이 형성되면 해당 국도 자국 스타로 상품을 만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1980년대와 90년대 꽃미남의 원조로 불리는 레이프 개릿과 보이밴드 뉴키즈온더블럭 등이 큰 인기를 누리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Made In’→‘Made By’→‘Made For’ 시대로=한류가 초기에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Made In(제조국)’ 시대였다면 그다음은 ‘Made By(제조자)’ 시대다. 어느 나라에서가 아닌 어떤 사람들, 어떤 기업이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프로듀서도 “ ‘Made In’이 아니라 ‘Made By’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메이드 포(Made For)’ 시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궁극적으로 부가가치가 누구에게 많이 돌아가느냐가 핵심인 시대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작곡을 스웨덴 사람이 했다 해도 그 이득이 한국에 더 많이 돌아온다면 한국 상품으로 보는 논리다. 에이벡스가 관리하는 보아는 물론 유니버셜재팬이 관리하는 카라까지도 일본인들이 일본 상품으로 보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치 때문이다.

한류 기획의 확장은 현지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혐한류와 반한류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한류는 아시아류(流)를 넘어 글로벌류(流)로 나아가야 한다. K팝이 아시아와 유럽의 일반 대중에게까지 침투하려면 이처럼 세세한 전략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올해 정부의 K팝 해외진출지원금은 지난해 9억6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깎였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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