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느낌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물은 자칫 외면받기 쉽다. “편한 소리 하고 있네” “너네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 하냐”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그런 느낌이 안들게 만든 게 홍자매 작가와 호연을 펼치는 공효진, 차승원 두 주연 배우, PD가 거둔 성과라고 본다.
여성연예인의 인권에 관한 토론회에서 들은 얘기다. 여성문제를 연구하시는 분이 여성연예인 인권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몇몇 기관에 도움을 청하러 갔는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예인은 특권층인데 뭐하러 여성연예인의 인권을 연구하려고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여성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다면 연예인의 힘든 부분을 다뤄 공감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은 걸그룹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 제공자였다는 물의와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이 애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논란을 일으켜 물의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 활동을 접은 후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뭘했는데 국민 전체가 날 미워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방송 접고 자숙시간을 가져야 해”라고 말하는 데서는 옥주현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구애정에 대해 안좋은 말을 하자 이를 듣고 있던 조카 띵동이가 운다. 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을 시청자들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위에서 구애정에 대해 좋게 이야기해줘 구애정은 컴백한다. 실제 연예계 이야기와 똑같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 스캔들과 루머를 이슈화하는 연예기자들과 연예뉴스에 댓글을 다는 네티즌이 어떻게 연예인에게 상처를 주며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최고의 사랑’은 잘 보여준다.
서로 사랑을 확인한 구애정과 독고진은 데이트를 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어딜 가나 사람들과 기자들이 몰려온다. 김종민과 사귀다 헤어졌던 현영은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숨을 곳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골의 땡볕에서 양산을 쓰고 마주보고 있는 게 고작이다. 시골의 할머니도 독고진을 보자 휴대폰을 들고 달려든다.
거기에다 독고진은 심장이 고장나있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최악의 사랑’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상황을 최고의 사랑으로 피워낼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우선 톱스타지만 찌질했던 독고진이 너무 멋있는 사람으로 변해있다. 독고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구애정이 신문에 기사가 나는 걸 막기 위해 더 강한 자신의 뉴스로 지면을 덮어버리는, 말하자면 큰 뉴스로 작은 뉴스를 없애버리는 멋있는 남자다. 구애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심장수술과 죽음 가능성을 흘렸다. 독고진은 구애정에게 “너만 힘들게 두고는 갈 수 없다, 비싼 날 팔아라”고 말한다.
코믹한 차승원이 심각해졌지만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미 시청자들은 독고진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작가에게 “독고진을 죽이면, 아무나 작가라고 부를거야”라고 협박한다.
구애정은 심장수술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독고진을 특종으로 만들려는 방송 연예 정보프로그램의 리포터를 보다말고 뛰쳐나온다.
독고진은 수술실에 들어가며 매니저 재석에게 구애정과 자신의 달달한 데이트 사진을 남겼다. 혹시 마지막이 된다면이것으로 구애정을 최고의 여인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이다. 이렇게 이들의 사랑은 ‘최고의 사랑’이 돼가고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