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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마인드로 상가 투자하면 쪽박 찬다
서울 혜화동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정지호씨(가명, 50대)는 작년 초 집 근처에 있는 구분 상가를 매입했다. 25평 규모의 1층 상가로서 고깃집으로 임대중인 상가였다. 정씨는 10년을 혜화동에 살면서 그 점포에 들어온 업종이 1년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고, 6개월 이상 공실로 비어있던 상태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3년 전에 고깃집이 들어오면서 이전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보통 정씨가 귀가하는 밤 11시 이후에도 고깃집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개시해 손님을 받는 등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상가로 변모했던 것이다.

작년 이러한 대박 고깃집과 임대계약을 맺고 있던 상가가 전 주인의 사정에 의해 급매로 나오자 정씨는 매입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유동인구의 수, 인근 경쟁 업체 현황, 이동 동선, 유동인구의 연령대 및 성별과 동행인의 수 등 모든 주위환경을 직접 조사했다. 인근에 공연장과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고 주위 몇몇 대학과도 가까워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고깃집은 사람들로 붐빌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문화시설의 방문객들이 반드시 지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단골 손님은 물론 일회성 손님들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고깃집의 매출을 기초로 정씨는 상가를 매입하면 안정적일 뿐 아니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린 후 40%의 대출을 받아 상가를 매입했다. 예상대로 고깃집은 대박 행진을 이어나갔고 정씨는 투자의 성공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1년 후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고깃집이 다른 지역으로 확장 이전을 하고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고깃집이 빠져나가고 정씨는 6개월 가까이 상가를 공실로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고깃집으로는 최고의 입지였지만 타 업종이 들어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한 고깃집을 운영할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임대수익을 얻기 어려웠던 것이다. 정씨는 6개월 가까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월급으로 대출 이자를 내기에도 모자란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정씨와 같이 상가 투자에 있어 투자가 아닌 창업의 관점으로 접근하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임대중인 상가에 투자를 해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투자 분석 과정에서 큰 오류를 범했다. 오로지 고깃집에 초점을 맞추어 상권과 시장분석을 행한 것이다. 만일 상가를 매입해 직접 고깃집을 운영할 목적이었다거나 또는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를 양수받아 고깃집을 계속 운영할 목적이었다면 정씨는 올바른 사전조사를 행한 것이고 성공을 거뒀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정씨는 임대수익과 자본수익을 노리는 투자의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깃집을 창업하려는 태도로 상가를 매입했다. 고깃집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는 상가에 투자를 한 것이다. 물론 기존 임차인이 이전 개업하려는 계획이 없었다면 더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고깃집이 나갈 경우 어떻게 공실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

창업은 특정 업종만을 대상으로 그와 관련 되는 시장 상황만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면 무리가 없으나 투자를 할 경우에는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유기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업의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하면 실패로 이어지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인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를 망각하고 있어 실패 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상가투자컨설팅(www.sanggatuja.com) 경국현 대표는 “투자에 임할 경우 특정 업종의 높은 매출에만 현혹되면 곤란하다”며 “어떠한 업종이 입점을 해도 손님을 끌 수 있는 입지를 가진 상가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향후 공실 가능성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주남 기자 @nk3507>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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