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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2단 세척장비 국산화…아이디어와 기술의 환상조합
대기업 ‘앰코코리아’- 중기 ‘비전세미콘’ 동반성장 벤치마킹 모델로
신제품 절실했던 비전세미콘

앰코 인력·데이터 전격 지원

시행착오 끝 2009년 개발


앰코는 50% 원가절감 효과

비전세미콘은 매출 3배 급증

대-중기 상생 새 비전 제시


지난 8일 방문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이하 앰코) 공장. Smock(하얀 작업복)을 입고 들어간 TQFP(반도체를 얇고 평평하게 패키징하는 공정실에는 여러 장비가 자동으로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에는 2년 전부터 앰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장비가 있다. 바로 ‘Direct Plasma Cleaning’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불순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앰코와 비전세미콘이 공동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 국산 클리닝 장비다.

앰코는 이를 통해 기존보다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봤다. 비전세미콘도 앰코와의 공동작업 이후 매출이 배 이상 뛰며 회사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대기업 대표의 협력업체 방문, 상호협력 간담회 개최. 협력업체 CEO 해외연수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여주기 위주의 동반성장’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또 사회적 강요로 인식해 동반성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단발에 그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런 의미에서 앰코와 비전세미콘이 보여준 공동 기술개발은 다른 기업이 동반성장의 벤치마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퀄컴ㆍTIㆍ도시바ㆍ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에 납품하며 작년 매출 1조3000억원을 달성한 반도체 패키징 대기업 앰코와 연매출 50억원 중소기업 비전세미콘이 만나 국내 최초로 반도체 세척장비 국산화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처음 앰코와 비전세미콘을 이어준 것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시행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이었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공동으로 개발하는 제도다. 2007년 앰코는 반도체 세척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려던 차 이 제도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 마침 비전세미콘도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당시 비전세미콘은 1단으로 세척하는 기존 장비와 달리 2단으로 디자인(스택방식)해 한 번에 더 많은 반도체를 세척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었다. 


앰코는 아이디어 차원이었던 이 기술에 인력과 자사의 데이터를 지원했다. 두 회사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2009년 마침내 신제품 ‘Direct Plasma Cleaning’을 완성했다.

완성과 동시에 앰코는 현재까지 새 장비를 20대 구매했다. 효과는 획기적이었다. 수입산 장비의 80% 수준인 가격에다 기존 장비는 한 번에 3장을 세척했지만, 새 장비는 2단 기능으로 8장까지 가능하다.

김달영 앰코 장비기획부장은 “덕분에 원가를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고, 국산 장비라 수입보다 훨씬 수월하게 유지ㆍ보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50억원에 그쳤던 비전세미콘의 매출도 작년 14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또 올 초 앰코와 연간 30대 구매협약을 맺는 등 안정적으로 판로를 구축하고 있다.

윤통섭 비전세미콘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납품가 인하, 불규칙한 주문량 등으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앰코 인지도를 등에 업고 지금은 매출 절반을 수출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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