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Web+> 젊은 직장인들, 웹게임 삼매경
직장인 서제헌(31) 씨의 일상은 매 시간 정시마다 긴장의 연속이다. NHN 한게임의 야구 구단 경영(시뮬레이션)게임 ‘야구9단’이 매 시간마다 진행되는데 상대 팀이 누구냐, 그리고 어느 선수를 어느 자리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이 게임의 재미에 푹 빠진 것은 석달 전 쯤. 그의 초반 경기 성적은 10전 1승 9패로 매우 저조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당일 해당 선수 경기 결과가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게임 내 경기 성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정우현(30) 씨는 최근 페이스북 입문과 함께 시작한 웹게임 ’엠파이어즈&얼라이즈’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이 게임은 자신의 왕국을 확장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거나 친구의 왕국을 침략해 돈과 광석을 모을 수 있는 게임이다. 정 씨는 “게임을 위해 맺은 페북 친구가 50명을 넘어섰다. 낯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도 또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 왜 웹게임인가? =국내에서 페이스북 사용자가 370만명을 넘어서면서 게이머들 사이 웹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웹게임이란 큰 용량의 게임 프로그램(클라이언트)을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크롬 등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바로 구동되는 게임을 말한다.

대부분 마우스만을 이용해 진행하기 때문에 조작법이 간단하다. 오랜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지 않아도 돼 점심 시간 이후 짧은 시간만이 허용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쉬운 조작은 여성들을 끌이들이는 것에, 짧은 시간 만을 투자해도 된다는 점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적은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게임성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현실 세계의 시간을 기준으로 게임도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자주자주 방문할 수록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엠파이어즈&얼라이즈’의 경우 실행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에너지’(최대 50개)는 5분에 하나씩 늘어난다. 때문에 대략 4시간마다 한번씩은 게임을 방문하는 것이 레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웹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넷북의 보급과도 무관치 않다. 수십 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고용량에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이 넷북에선 구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웹게임의 경우 인터넷 브라우저만 돌아갈 정도의 사양이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접근성이 높다는 말이다.

노트북과 넷북이 최근 직장인들의 업무용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웹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J E&M 넷마블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접속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게임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설치돼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에선 MMORPG를, 직장에선 웹게임을 ‘세컨 게임’으로 즐기는 게이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웹게임은 소셜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돼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최유라(28)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시티빌’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처음 동료들에게 이 게임을 소개하면서 부서 내 12명 가운데 7명이 같은 게임을 즐기게 된 것이다.

최 씨는 “직장인들이 같은 취미를 갖게되다보니 대화도 늘어나게 되고, 서로간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게임사, 웹게임 가능성에 눈뜨다=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국내 MMORPG 최강자 엔씨소프트도 웹게임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09년 부터 무림제국과 MMHK, 골든랜드 등을 출시하면서 웹게임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MMHK’에 대한 시즌2를 업데이트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골든랜드’를 북미 시장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CJ E&M 넷마블은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인 웹게임 전문포털 ‘마블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넷마블의 대표 웹게임은 ‘풍운구검’으로 이 게임은 중국 최대 게임정보사이트(17173.com)에서 역할수행게임(RPG) 분야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마블박스’는 채팅, 녹화, 캡처, 알람등 기능을 제공하고 인기게임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마블박스에서는 풍운구검 외에도, SD삼국지, 칠웅온라인, 미스터CEO 등도 서비스 중이다.

엠게임은 지난 7월부터 웹게임 ‘대제국’에 대한 채널링 서비스를 시작했고, ‘무역왕’ 3차 비공개테스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동양온라인 역시 2년여 넘게 웹게임 순위 상위에 랭크돼 있는 ‘삼국지W’를 서비스하고 있다.

반면 웹게임의 한계도 비교적 명확하다. 웹게임은 MMORPG에 비해 개발비가 적게드는 반면 게임 수명이 대부분 6개월에 그친다. 6개월은 게임 출시 이후부터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모두 소진되는 평균적인 기간을 게임 생명으로 보는 것인데, 실제로도 약 70% 가량의 웹게임 매출은 출시 이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 관계자는 “상대의 영토를 침범하고 점령하는 식의 웹게임은 한번의 전쟁으로 인해 게임을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며 “게임 출시 후 3~4개얼이 지나면 소수 랭커들의 순위 유지 싸움로 변화된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