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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절반이 부부보다 가까운 이성동료
남편보다 편한 남자동료, 아내보다 말 잘 통하는 여자동료…당신의 직장에도‘오피스 스파우즈’가 있나요
男 2명중 1명·女 10명중 3명

“오피스 스파우즈 있다”



“상사 험담서 부부문제까지

스트레스 풀고 고민도 상담

서로 화낼 이유 없어 좋다”



“이성적 매력 느껴질때있지만

공사구분은 단호하게

퇴근후에는 연락않는게 원칙”



“심각한 관계도 아니고

아내에게 소개할수도 있다

동료중 한명일 뿐이니까”





모 대기업 A(42) 부장은 근무 특성상 외근이 잦았다. 그러나 새 부서로 옮기면서 회사 내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늘고, 여자 후배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술자리를 갖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여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부인과 나누지 못한, 중학생 아들의 교육 문제도 화제가 되곤 했다. 젊은 직원들이 던지는 재기 발랄한 의견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던진 한마디에 김 부장은 이마를 ‘턱’ 치게 됐다. “당신, ‘오피스 와이프’ 따로 있구나.” 김 부장은 이후 여직원들과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다.

요즘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란 용어가 유행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기혼 남녀 320명을 대상으로 ‘오피스 스파우즈’ 존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고 답했다. 여성 열 명 중 세 명이 ‘오피스 허즈번드’가 있다고 응답했다.

‘오피스 스파우즈’란, 실제 부부나 애인관계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배우자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성 동료를 일컫는 용어로, 직장에서 아내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 동료를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남편처럼 친하게 지내는 남성 동료를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라 한다.

실제 직장인들은 오피스 스파우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녀들의 오피스 허즈번드… 동료+소울메이트… 이성과 동성의 중간 사이?

마케팅회사에 근무하는 결혼 1년차의 A(여ㆍ28) 씨는 1년 전 사내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남자 후배와 얘기하는 시간이 많다. 주로 회사에 관련된 내용으로, 마음에 안 드는 상사에 대한 험담에서부터 다른 동료의 연애사, 부서 업무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부부 문제까지 허물없이 털어놓게 된다. A 씨는 “회사에 있는 ‘소울메이트’ 개념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통하는 이성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A 씨는 남편과의 차이점을 스킨십의 유무에서 찾았다. “부부는 서로 볼꼴 못 볼꼴 다 본 사이라면, 오피스 스파우즈는 아무래도 예의를 차리는 선에서 서로 좋은 것만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이성적인 매력을 느낄 때도 있다. 남편과 다른 부분에서 매력이 발견되면 남자로 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공사 구분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근무시간 이후에 여가시간에는 부득이한 업무 문제가 아니고서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의 활력소에서 그칠 뿐, 가정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공개할 수도 없다. A 씨는 “만약 친한 동료가 있다고 얘기하면 매우 서운해할 것 같다. 이성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을 너그럽게 받아줄 사람이 아니다”고 남편에게 공개하기를 꺼렸다.

결혼 3년차인 직장인 B(여ㆍ32) 씨는 오피스 스파우즈의 장점으로 무엇보다 집에서 할 수 없는 회사 얘기를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에서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이성 동료’로 보는 B 씨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남편과의 대화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동갑인 오피스 스파우즈는 후배로 들어왔다. 그러나 2년가량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이제는 동기처럼 격의가 없다. 한 달에 2~3일 정도 퇴근 후 가볍게 맥주를 함께 마신다.

결혼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편과의 대화는 뜸하다. 일반 대화까지 포함해도 퇴근 후 남편과의 대화시간은 30분가량. 대부분 TV를 보거나 식사를 같이하는 데 반해 오피스 스파우즈와의 대화시간은 어림잡아도 1시간을 훌쩍 넘는다. 업무 얘기부터 회사 사람들 뒷담화, 그리고 요즘은 이직과 관련한 고민을 주고받는다.

화제가 시댁, 친정 얘기 말고 별다른 화제가 없는 남편과의 대화는 점차 시들해진다. 한편 B 씨는 “이성으로서 호감은 있지만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은 없다. 이성과 동성의 중간 사이라고 할까? 편하긴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이성이라는 점에서 신경 쓰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들의 오피스 와이프… 객관적 평가자, 성적 매력을 느끼면 파경?

그렇다면 남자들의 속내는 어떨까. 여성들이 감성적인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점에서 오피스 스파우즈의 효용을 따진 것에 비해, 남성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

IT기업에서 근무하는 결혼 1년차의 C(34) 씨는 오피스 와이프에 대해 “실제 배우자가 아니라 남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다”며 “사내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잘 알고 있어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서 깊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동년배에 비슷한 직급의 여성 동료가 편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친한 동료가 아니라, 직장 내 문제에 개인적인 문제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멘토’ ‘실제 배우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는 동료’ ‘이성적인 부분을 초월한 동성으로 느껴지는 동료’로 오피스 와이프의 개념을 넓게 본다. 그러나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순간부터 오피스 와이프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성으로 생각하면 고민을 얘기하고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업무 중간 중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주로 같이 보내면서 개인적인 부분부터 업무적인 부분까지 화제를 가리지 않다 보니 오피스 와이프와의 대화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제격이다. 물론 대화 중간에 아내와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때도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그래서 꺼릴 것이 없다. C 씨는 “회사에 자신의 흉금을 털어놓는 이성 동료가 있다고 밝힐 수 있고, 또 밝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주중에만 유효하다. 주말에 일부러 찾지 않고, 굳이 함께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화가 되는 이성이라서 좋은 것과 이성이라서 매력을 느끼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나이의 여자 선배와 입사했을 때부터 격의 없이 지내는 결혼 5년차의 D(41) 씨는 직장 동료 중에서 각별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의지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이성 친구를 오피스 스파우즈로 본다. D 씨 역시 서로 개인적으로 얽힐 일이 없어 편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피스 스파우즈에 긍정적이다. D 씨는 “일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얘기하는 시간이 대부분으로, 재미 정도를 떠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 화낼 이유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끔 이성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 그럴 시기는 지났다는 D 씨. 아내에게 공개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가정생활에 미친 영향도 없고, 평소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아내에게도 소개할 수 있다. 동료 중 한 명이니까”라고 말했다.

이미경 듀오라이프컨설팅 총괄팀장은 “기업-가정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조직 내에서의 정서적 지원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배우자나 타인이 보기에도 적정한 수준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한 것”이며 “이에 못지않게 가정에서도 부부간 충분한 대화와 공감으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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