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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박원순=우리시대 계백' 가능할까?
계백은 권력을 등지고 초야에 묻혀 살기를 원했다. 아니, 권력의 테두리를 떠나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를 바랐다. 영웅이 되는 것도 영웅이 되기 위해 그 자리에 집착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것이 정치(政治)라면 ‘정치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백제의 비극적 영웅 계백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드라마 ‘계백(MBC)’의 4일 방송분에서는 이제 막 영웅이 되어 돌아온 계백이 사사로운 권력의 줄다리기 안에서 ‘정치’의 환멸을 실감하며 그것을 등지려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실제로 여러 사료들을 통해서는 계백이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고자 했던 인물이었음을 입증할만한 일화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령 계백의 이름을 역사책에 길이 남기게 된 것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뛰어든 신라와의 전투, 비운의 왕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충절 등은 계백의 우직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자신의 위치와 상관없이 행할 수 있는 충절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계백의 이 같은 우직함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는 관계없이 권력의 숲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의 것으로 치환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지난 2년간 청춘콘서트로 작은 곳에서 시작해 점차 세상을 큰 뜻으로 물들여가며 열풍을 몰고온 두 사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골의사 박경철과 닮았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던 두 사람이 있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멘토로 칭송받는 안철수, 우스갯소리로 ‘백신의 아버지’에서 교수로 연구자로 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그와 의사는 의사인데 경제채널에 더 많이 등장하며 경제평론가로도 이름을 알린 박경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누가 강요를 한 것도 아닌데 ‘청춘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피끓는 청춘들을 찾았다. 지난 2009년부터다. 아직 자신을 채 완성하지 못한 미숙한 시기의 청춘들에게 그저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된 콘서트는 매번 2000~5000명의 청중이 몰렸다.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의 권위의식에서 벗어난 리더십은 성공했다. 더 많은 시간을 겪어온 앞서간 세대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쌍방향의 소통으로 새로운 화합의 장을 열었다.

사실 이 콘서트를 찾는 세대는 비단 20대만은 아니다. 수많은 청중들 가운데는 이미 청춘의 시기를 지나온 듯한 세대도 눈에 띈다. 그것은 청춘의 유연함을 잃은 세대가 청춘의 열기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찾은 자리였거나 작은 시작과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들이 이끈 자리이기도 하다. 안철수 박경철의 ‘희망공감 청춘콘서트’가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처럼 모두가 희망을 품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자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 중심에 있던 안철수 원장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박원순 변호사로의 단일화 과정 등을 거치며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됐다. 새 시대에 대한 갈망이 만든 새로운 지도자,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권에는 관심없다. 추석이 지나면 여론조사 결과도 떨어질 것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청년들을 도와드리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여전히 권력과 정치의 밖에 서있다. 추석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서 서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계백은 결국 권력과 정치 안으로 들어간다. 온갖 음모와 시기가 난무할 곳으로 찾아들어가지만 변치않고 지키는 것은 충절이다. 그것은 백제를 향한, 백제의 군왕을 향한, 그리고 백제의 백성을 향한 것이었다. 권력이 있기에 더 수월하게 소중한 ‘무엇’을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뒤의 결정이었다. 그 무엇은 작게는 사소한 감정과 연민이며 크게는 한 나라와 그 백성 모두, 그리고 그들의 희망일 수도 있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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