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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의 짐 짊어진 완득…그 속에 제가 있었죠”
20일 화제속 개봉…영화 ‘완득이’ 주연 맡은 유아인
고교 중퇴후 드라마로 유명세

연기 회의감에 한때 방황·잠적


힘든 현실 비관보다 긍정적인 삶

영화속 주인공에 동병상련


또래 예술가들과 또다른 창작 꿈꿔



“가장 좋은 시기죠. 배우로는 아니지만 인간적으로는 정점에 있는 황금기가 아닐까요? 모든 것들이 다 극단을 밟는, 모든 것들이 다 끓어오르고 팽창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스물다섯 살. 좋은 나이다. 배우 유아인은 지난 6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5년 전엔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부산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올해는 ‘완득이’로 초청받아 팬들과 만났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얼마 전에 팬미팅을 했는데 여고생으로 보이는 친구는 몇 명 없었고 오히려 나이가 좀 있는 팬들이 더 많았다”며 “귀여운 아이돌 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지면서 어린 친구들에게는 좀 불편한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의젓하게 자평했다.

“드라마 ‘반올림’(2003년) 이후로 10대랑 섞여 지냈는데, 이제는 덜 예쁜 척하고 덜 착한 척해도 되고 저 스스로는 많이 자유롭고 편해진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이 너무 10대의 눈높이에 맞추지 말고 그들보다 딱 한 발짝만 앞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완득이’는 개봉(20일)을 앞두고 벌써 입소문이 파다하다. 2008년 첫 발간돼 70만부가 팔리면서 청소년문학 열풍의 불을 댕긴 원작소설도 재미있거니와 이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도 시종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 빈곤, 다문화, 사회적 약자 등의 심각한 이슈를 풀어내 호평 일색이다. 특히 타이틀롤의 유아인과 담임교사 동주 역의 김윤석은 비범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핑퐁의 랠리 같은 긴장감과 속도감, 리듬감으로 대거리를 만들어간다.

“수많은 후보군이 있었겠죠. 오디션을 거쳐 영화에 출연하게 됐어요. 누가 봐도 내 또래 배우라면 탐나는 작품이었죠. 일단 시나리오가 신선했습니다. 척추장애인 아버지에 도망간 필리핀 어머니를 둔 가난한 고교생. 제자와 교사라는 관계는 사실 긴 영화사 속에서 숱하게 반복되고 재연된 것이겠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웠습니다.”

겉으로만 보자면 극중 고교 2년생 완득(유아인)은 억세게 불행한 소년이고 동주는 집요하게 한 학생을 괴롭히는 ‘나쁜 선생님’이다. 하지만 완득은 비관하기보다는 긍정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차라리 웃어버리는 쪽을 택한다. 담임인 동주 또한 섣부른 연민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완득이를 대한다. 


“도망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년이죠. 뻔한 식이라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청춘’이 될 텐데, 완득이는 그렇지 않아요. 자신의 짐을 마땅히 짊어진 조숙한 친구죠.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 있었을까를 늘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연기했어요. 수학적인 연구가 아니라 주인공과 그의 삶을 둘러싼 환경을 상상하면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유아인은 대구가 고향으로 고교 1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가출해 상경했다.

“누가 처음부터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을까요? 그저 당시엔 유명해지고 싶었고,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라는 것이 유아인의 솔직한 말이다. 그 첫 결과물이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이었고 제 나름 유명세도 얻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났던 것과 같은 이유로 촬영장이 싫어졌다.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감독님이 싫었다. “어린 나이에 정치적이 돼 감독님 어깨 주무르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내가 왜 여기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몇 편 출연작을 예정해놓고도 상경할 때처럼 무작정 고향행 기차에 올랐다. 그렇게 잠적했다가 다시 재미있게 살고, 재미있는 배우가 될 마음이 들 때쯤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품양과자점 앤티크’, 드라마 ‘최강칠우’를 거쳐 ‘성균관스캔들’에선 극중 인물을 빗댄 ‘걸오앓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내 질문에 호의적인 대답을 주는 세상이 아니었고, 열일곱 살 이후 혼자 살면서 용돈 한푼 안 받고 가난을 끌어안고 살았다”고 유아인은 말했다.

갓 스물다섯 살의 배우로는 범상치 않은 기개와 개성, 정서를 갖춘 유아인. 그는 “혁신적이고 대체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또 다른 소망도 털어놓았다.

“새로운 세대의 상을 제시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 인간 엄홍식(유아인의 본명)은 배우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날선 글도 쓰고 싶고 제 또래의 돈 못 버는 예술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또 다른 창작도 하고 싶습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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